스프링클러 설치 18%… 불나면 ‘무방비 학교’

건물 4층미만은 의무설치 없어
대형화재 참사 잇따르는데… 학부모들 인명피해 우려 불안

“원래 학교에는 소화용 스프링클러 다 설치돼 있는 거 아닌가요?”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박모(37ㆍ여)씨는 최근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소화용 스프링클러(자동 물 분사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제천 스포츠센터 등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라 불안감이 큰데 학교에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하니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영 찝찝하기만 하다.

 

새 학기를 맞아 박씨처럼 “스프링클러조차 없는데 학교에 불이 나면 아이들은 어쩌냐”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경기도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학교 화재는 총 70건이 발생했고 부상자도 6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의 ‘경기도내 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의 스프링클러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내 전체 학교 4천655개교 중 874개교(18%)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초등학교는 24%(309개교), 중학교는 36%(228개교), 고등학교 59%(281개교) 등으로 유치원의 경우 2천258곳 단 39곳(1.7%)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화재 대피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피난 약자인 어린 학생들의 안전이 위험한 상황이다.

 

‘화재예방ㆍ소화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지하 혹은 창이 없는 층 ▲4층 이상인데 바닥 면적이 1천㎡ 이상인 층인 경우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학교 대부분은 4층 미만이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강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3층 이하의 건물은 소방관의 접근이 용이하고, 불을 피해 밖으로 떨어져도 중상은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스프링클러 설치가 미비한 게 현실이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초등학교 4개교, 올해 2개교에 각각 8억7천만 원과 6억7천만 원을 투입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게 전부다.

 

수원에 사는 김모(45)씨는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을 돕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안 돼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제2의 제천 참사가 학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요즘 무상교복 등 무상관련 정책도 좋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피난설비’가 아니라 ‘소화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설치가 안 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신설 학교에는 무조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저학년 때부터 화재안전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안전관리과는 “현재 학교별 아닌 학교 건물별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이를 도태로 이후 후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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