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들불처럼 번지는데… 공공기관 ‘남의 집 불구경’

성 관련 신고시스템 부실 신상 노출 불안감에 0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파장이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 등 공공기관의 성 관련 신고 시스템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인천시와 시 산하기관 등에 따르면 각 기관은 홈페이지에 성희롱 고충신고 게시판(인천시), 부조리 익명신고(인천교통공사), 청렴신고센터(인천환경공단), 성희롱·성차별 신고센터(인천시설공단) 등을 통해 성폭력과 관련된 신고 접수를 받는 내부망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성 관련 신고 시스템은 일반 민원과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명칭만 성 전문 신고 시스템일 뿐 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 할 수 있는 별도의 기능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신상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이날 현재까지 이들 내부망 사이트에 성희롱과 추행 등 성폭력과 관련된 신고가 단 한 건도 없다.

 

인천시도 2016년부터 성희롱 고충신고 게시판을 운영했지만, 이를 활용한 피해자가 거의 없는 것을 정도다. 시의 한 공무원은“이들 사이트 모두 비공개 시스템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활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 모를 신상 노출에 따른 소문, 사회경제적 압박 등 부당한 처우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천시공무원노조가 지난해부터 ‘부엉이’라는 이름의 건의함을 설치, 성폭력 등 다양한 민원을 노조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차원에서는 현재까지 신고자에 대한 2차 피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와 시 산하기관 모두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내려온 대응 매뉴얼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각 기관차원에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교육청의 성범죄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일선 학교에서 미투 폭로가 나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구설에 휘말린 시 교육청은 홈페이지에 성범죄를 신고하는 내부망 사이트조차 없다. 성범죄 핫라인(HOT-LINE)을 이용하거나, 일선 학교는 보건교사 등에게 직접 신고·상담하는 채널만 있을 뿐이다. 성 관련 피해자가 믿고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학교라는 공간은 교사와 학생, 관리자와 일반교사, 관리자와 기간제교사 및 회계직직원 사이 성폭력 신고가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적이 많을 정도로 경직돼 있다”며 “특히 학교의 경우 보건교사에게 신고를 하면 바로 관리자에게 보고하게 돼 있어 관리자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비밀보장은 물론, 2차 피해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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