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비핵화, 김정은 진정성과 실천의지 보여야 / 대북제재 돌파하려는 꼼수 아닌지 경계도 필요

남북이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획기적이다.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다. 5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도출해낸 ‘남북 3ㆍ5 합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북특사단을 이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며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도 명확히 했다. 이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남북정상회담도 조기 개최돼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촉진시킬 것이다.

미국도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거짓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북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대화의 진정성을 쉽게 믿을 것으로 낙관하긴 이르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여러 차례 핵 개발 중단 약속을 파기하고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주 미국을 방문하는 특사단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미국 측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위기로 치닫던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 성과에 높은 점수를 준다. 북측의 태도 변화가 반가운 한편 놀랍다. 북한이 ‘핵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입장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진정성에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계산 때문은 아닌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면, 또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의지를 실천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핵심은 역시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국가 과제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의지와 일정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은 남북 문제에 관한 한 정쟁 아닌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 한미동맹에서도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 어렵게 이뤄낸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게 힘을 모으되 북에 대해선 끝까지 긴장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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