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살아있는 역사, 나무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이천의 노거수’ 발간 기획한 이동준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 오래된 나무에 문화적 옷 입혀 이야기 발굴하고 기록
구술 채록부터 사진까지 시민 손으로

▲ 이동준 이천문화원 사무국장
전국 곳곳에서 시민기록자나 마을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과정이 생기고 있다. 마을 이야기를 기록한 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중 이천문화원이 발간한 <이천의 노거수>는 오래된 나무를 주제로 지역 이야기를 펴내 눈길을 끈다. 시민기록자가 마을에 있는 노거수를 찾아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한다는 점에서다. 현재 이천문화원에서 사무국장으로 있는 이동준 문화기획자에게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나무를 주제로 한 이유에 대해 이동준 기획자는 “이천에는 60여 그루의 보호수가 마을 곳곳에 있는데 보통 수령이나 굵기 같은 나무 자체에 대해 접근하게 된다”며 “마을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노거수는 마을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나무에 얽힌 사람들, 마을의 옛 모습, 사라진 나무 이야기 등을 다채로운 사진과 함께 다뤘다. 현장 스케치, 인터뷰, 사진 등 모든 것을 시민기록자들이 해냈다. 이 기획자는 “책을 본 사람들이 이야기가 다양하고 재미있다고 얘기한다”며 “시민기록자들이 비전문가들이기에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성과가 나온 것을 보고 다들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많은 지역문화 사업은 전문가가 마을로 들어가 작업을 진행하고 빠져나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여한 시민기록자에게는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발급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이천의 시민기록 사업은 시민이 지속적으로 마을기록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 기획자는 “시민기록자들은 노거수를 취재하는 동안 주민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성공해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들었다”며 “지역에 있으며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물을 돌아보고 문화적인 옷을 입혔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천의 시민기록자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다. 이 기획자는 이들을 시에서 발간하는 시지(市誌)에 참여하는 그룹과 노거수를 취재하고 책을 만드는 그룹으로 나눴다. 노거수 잡지는 지난해 말에 나왔고, 시지는 오는 5월에 출간된다. 이와 관련 이 기획자는 “지난해 6월부터 7월에 걸쳐 15회 교육을 진행하며 한정된 시간이나 역량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며 “비전문가들이지만 구술채록, 사진, 수정 과정 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시민기록자가 찍은 노거수 사진은 문화원 달력 사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시민의 활동이 여러 방면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나무뿐만이 아니라 다른 테마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동준 기획자는 “이천의 술, 이천의 학교, 이천의 할머니 등 이천에는 다양하고 재밌는 소재들이 있다”면서 “향후 여러 사람과 토의를 하며 좋은 테마를 선정해 시민기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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