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직장문화 新풍속도… 남녀 회식·노래방 ‘금지령’

술자리 실수 불상사 우려 ‘회식 퇴출’ 2차 노래방行 화끈한 ‘뒤풀이’ 옛말
‘펜스룰’ 급속 확산 여성왕따 부작용 학교에서도 야한농담 뒤늦은 자성론

인천지역 한 건설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그동안 2주에 1번씩 해왔던 정기 회식을 없애기로 했다.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Too)운동이 확산하면서 회식을 강요하는 행위도 폭력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회식에선 술이 오가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불미스러운 일은 미리 막자는 뜻에서 직원들과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20여년간 교사로 재직한 B씨는 최근 ‘스쿨미투’라는 이름으로 확산하는 학교 안 성폭력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는 “생각해보니 나 역시 남학생들에게 수위 높은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며 “나도 남자고 아이들도 남자다 보니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최근 미투운동을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미투가 확산하면서 인천지역 역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 내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 손꼽히던 구월동의 C식당 사장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직장인 회식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직장동료끼리 식당을 찾더라도 대부분 동성끼리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근 노래방 사장 D씨 역시 “단골로 찾아왔던 직장인 손님들이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며 “늦은 시간까지 어울려 노는 문화를 자제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이른바 ‘펜스룰(Pence rule)’로 확산하면서 미투운동이 여성 배제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펜스룰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직장인 E씨는 “예전에는 여직원들과도 자주 어울리며 식사도 했지만, 미투가 확산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아예 어울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의 한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펜스룰은 미투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성폭력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회피보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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