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승객 안전 외면한 ‘입석 유도’ 버스회사의 위험한 호객행위

사당역서 직원이 서서 갈 사람 모아

▲ 사당역 입석 유도 4
▲ 12일 오후 7시께 사당역 4번 출구 인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경진여객 직원(가운데)이 입석을 유도하고 있다.

“입석을 유도하는 건 결국 버스회사 배만 불리기 위한 것 아닌가요”

12일 오후 7시께 사당역 4번 출구 인근의 한 버스 정류장.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시민의 길목인 이곳은 퇴근시간만 되면 수백 명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곳이다.

 

이날 역시 수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이었다. 그 순간 버스 정류장 인근 건물에서 남성 2명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다가와 “서서 버스 탈 사람, 어서 여기 줄에 서세요. 버스 몇 대 안 남았어요 얼른 타요”라며 입석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이 말을 듣고 기존의 줄을 이탈, 이른바 ‘입석 줄’이 만들어졌다. 버스가 도착하자 이 남성들은 기존 줄에 서 있던 사람을 태우고 버스 전광판의 잔여석 숫자가 ‘0’이 되자 입석 줄에 있는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 남성들은 사람들이 탑승한 버스 회사인 경진여객 직원들로, 건물 내에 사무실을 두고 대기하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현장에 나와 입석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버스 측이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 버스에 입석을 유도하고 있어 회사 수익을 위해 승객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경진여객에 따르면 경진여객은 2000년대 초 사당역 일대에 질서 유지 요원으로 현장관리자 1명을 배치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직원 2명이 사당역 버스정류장 인근의 건물 내 한 사무실에서 상주하며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입석까지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만난 시민 A씨(33ㆍ여)는 “사당역에서 수원으로 가는 7770번 버스를 매일 이용 중인데 그때마다 입석을 유도하는 사람들을 봐왔다”며 “버스회사 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회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안전을 도외시한 채 입석을 장려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진여객 관계자는 “승객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오히려 입석을 해서라도 빨리 버스에 타려고 해 입석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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