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환경미화원 양성순씨 “일일 법관에 정직원 전환까지 웃음 가득한 날들 꿈만 같아요”

2010년부터 수원지법서 근무
지난 1월엔 명예법관 임명돼
내달부터 정직원… 기쁨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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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법복을 입고 재판에 참여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수원지방법원에서 8년째 환경미화업무를 맡고 있는 양성순씨(64)가 수원지법 일일명예법관으로 임명돼 화제다. 

수원지법은 지난 1월 명예법관 4명을 임명, 직접 재판을 체험해보는 ‘일일 명예법관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명예법관에는 양씨를 포함해 류선하 전 안산 관산중학교 교장, 홍락기 전 수원 원천중학교 교장, 조지만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양씨는 “대학교수, 교장처럼 훌륭한 분들 사이에 함께 자리해도 되는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역활을 맡게 돼 감사했다”며 “중학생인 손자는 법복 입은 제 사진을 보더니 ‘우리 할머니 최고’라는 말도 해줬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시절, 고된 식당일로 생계를 이어오던 양씨는 비교적 업무가 규칙적인 청소용역 일을 찾다 수원지법과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일을 시작한 2010년 용역업체가 양씨를 수원지법에 배치한 것. 수원지법은 민원인이 많아 청소하고 뒤를 돌아보면 다시 청소해야 할 정도지만, 양씨는 좋은 직원들이 많은 수원지법에서 근무하게 돼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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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방법원에서 환경미화업무를 맡으며 직원들의 ‘어머니’로 통하는 양성순씨가 지난 1월 일일명예법관으로 임명, 법관복을 입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양씨는 “처음에는 법원이라는 곳에서 근무하게 돼 왠지 모르게 잔뜩 위축됐었다”며 “하지만 수원지법 가족들이 항상 따뜻하게 대해줘 두려움도 없어지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8년 동안 매일같이 얼굴을 봐 온 수원지법 직원들에게 양씨는 ‘어머님’이다.

 

그는 “법관이라고 하면 근엄한 이미지만 떠올리는데 저에게 대하는 걸 보면 정겨운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같다”며 “판사님들 모두 저에 대한 호칭도 ‘여사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면서 만나면 늘 따뜻한 말 한마디씩 건넨다”고 자랑했다.

 

이런 양씨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생겼다.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양씨가 다음달부터 수원지법 소속 정직원으로 일하게 된 것. 양씨는 힘들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양씨는 “일일 명예법관을 해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수원지법에서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니, 이제는 정말 나도 수원지법 가족이 됐다”며 “최근에 웃음 가득한 날들이 이어져서 정말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임성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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