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면 쨉싸게 등장 출구 막아 학생들 상대 반강제적으로 일장 연설
학생 전화번호 수집 토익설명회 세일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학교측 골머리
인천의 한 대학에 다니는 A씨(20)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려던 A씨를 젊은 남성들이 가로막고 다시 강의실 안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A씨를 비롯해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을 모두 자리에 앉게 한 뒤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토익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등 얼핏 들으면 선배들의 조언처럼 느껴졌지만, 결론은 자신들이 파는 책을 사라는 이야기였다.
A씨는 “앞뒤 문을 다 막고 서서 나가려는 학생들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책을 사라고 강요하는 걸 보고 당혹스럽고 화가 났다”며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새학기를 맞은 인천지역 대학들이 허락 없이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와 책을 파는 잡상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인천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신학기를 맞아 학생들에게 책을 팔려는 잡상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A씨 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부분 강의 시작 전이나 강의를 마친 직후가 많았고, 대학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주된 대상이었다. 책 판매 뿐 아니라 토익설명회 등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의실에 찾아와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알아간 뒤 토익설명회를 들으러 오라며 계속해 전화를 한다는게 주된 내용이다.
인천대학교 관계자는 “최근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학생들이 신고를 하지 않아 현장에서 잡지는 못했다”며 “오리엔테이션이나 학교 홍보 책자 등을 통해 그런 일이 있을 경우 학생지원과에 신고해달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을 현장에서 잡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곧장 신고를 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반드시 학생지원과로 신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하대학교는 지난해 이 같은 잡상인들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올해부터는 관리를 더욱 강화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방문판매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경비업체와 함께 따로 경비 인력을 꾸려 상시 순찰을 돌고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바로 쫓아내고 있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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