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 늘리고, 취업 부정 잡도리해보지만 / 청년 받아줄 기업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기업, 상반기 채용 늘리지 않아
20조 쓴 효과 없음 확인된 통계
일자리 예산 투입, 기업에 해야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1호는 일자리 창출이다. 출범 직후부터 정부 역량의 상당 부분을 쏟아넣었다. 2017년 집행한 일자리 예산만 17조원이다. 올해는 이보다 2조원 늘어난 19조 2천억원을 편성해 놓고 있다. 상당 부분이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다. 공공기관과 시중 은행에 대한 취업 부정 단죄도 그런 차원이다. 부정 취업의 몫을 정당한 청년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의욕적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해결의 핵심 창구인 기업의 엇박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상반기 신규 채용은 답보 상태이거나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사 기업 182개 가운데 17곳이 작년보다 적게 뽑는다. 5곳은 아예 뽑지 않겠다고 했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6곳에 불과했다. 80곳은 채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의지와는 다르다.

주의 깊게 볼 것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회사가 어렵다’(25.9%)거나 ‘국내외 여건이 안 좋다’(20%)는 이유는 딱히 특별할 게 없다. 대신 예년에 없던 이유가 생겼다. ‘통상임금ㆍ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서’(14.2%)다. 기업들의 요구 사항도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12.1%)가 아니라 ‘기업 활동을 위한 환경 조성’(63.2%), ‘고용증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47.8%)에 집중돼 있다.

추론하면 답이 보인다. 지금 정부의 일자리 증가 정책은 기업에는 일자리 감소 정책인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친 노동 정책이 기업에는 채용 여력의 박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레 강조하고 나설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일자리 정책 ‘미스매치’는 계속 지적됐다. 그러던 것이 이번 조사 결과로 통계화되고 상반기 채용으로 현시화된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서 ‘나아진 게 없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예산 들여서 공무원 늘리는 정책은 옳지 않다.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제라도 그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업으로 돌려야 한다.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자리 만드는 기업에 세제 혜택 늘리고, 임금 지원 늘리고, 경영 지원 늘려줘야 한다. 1차 추가경정예산에 일자리 예산도 4조원이나 포함됐다. 그 예산부터라도 투입구를 바꿔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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