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버스업계 ‘11시간 연속 휴식’은 탁상행정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업종의 특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비용 증가와 수입 감소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선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개악법’이라며 거리로 나섰다.

전세버스업계의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버스 업주는 물론 기사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형 버스사고를 막는다는 취지로 9월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비현실적 입법’이란 지적이 노사 양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기ㆍ인천ㆍ서울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임직원 500여 명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반대 집회’를 갖고 “법을 다시 고치지 않는다면 업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전 조합원 면허 반납도 불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신설된 제59조 2항의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59조 2항은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 5개 특례업종 종사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아 휴식권과 건강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근무 형태가 다양한 버스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통학·통근용 셔틀 운행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세버스업의 현실을 도외시했다. 업무종료 후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려면 기사들이 오후 7시 이전에 퇴근해야 한다. 회사는 더 많은 기사를 고용하고, 근무조를 오전·오후, 오후·저녁으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 시장 포화로 일감 부족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전세버스업계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회사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

탁상행정식 법안으로 피해는 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게 생겼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월 200만원 수준인 현재 임금은 법정최저인 157만원으로 줄 수밖에 없다. 결국 기사들은 생계가 어려워 대리운전이나 불법 지입제 영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천차만별인 전세 버스기사들의 근무 형태를 감안한 융통성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하루 8~10시간을 연속 운행하는 노선버스나 관광버스, 출퇴근ㆍ등하교 등 하루 4~6시간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법 적용이 달라야 한다. 휴식시간 보장은 근로 종료 시간으로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행시간을 고려해 다음날 휴식 시간을 결정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업종 실태를 확인하고 업계 현실에 맞게 법을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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