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고사성어 중 하나다. 요즘엔 다양한 분야의 커플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남자’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 이름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로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그 생각이나 이상이 다르거나 겉으로는 함께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것. 이것이 이 고사성어의 요지인 셈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태어난 곳, 굳이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삶의 터전이 된 곳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포부를 밝히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들이 맞춰 입은 선거용 윈드점퍼와 예비후보 명함은 같은 포맷을 사용하지만, 그들이 가진 속내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지역의 한 선거구에 광역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A씨는 자신이 몸 담았던 기관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토대로 지역 발전에 공헌하겠다며 야심차게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그런데 A씨의 지인들은 다른 의견을 밝히고 있다. A씨가 좋지 않게 나온 그 기관을 향해 칼날을 대기 위해 이번 선거에 나왔다고 말이다. 이들의 표현대로 라면 이번 선거가 A씨에게는 ‘복수는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꿈을 꾼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권 중에 하나일 것이다. 꿈 속에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연예인이 될 수도, 아니면 리오넬 메시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선거에 나온 이들이 꾸는 꿈은 이런 것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과거처럼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는 도구도 아니다. 오로지 그들이 꾸어야 하는 ‘꿈’은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내줄 수 있는 ‘현실’이 돼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그들이 ‘선거’라는 ‘같은 침상’에서 잠을 잘 수는 있지만, 다른 꿈을 꾸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에 나온 모든 이들이 시민들에게 ‘동상이몽(同床利夢·같은 침상에서 꾸는 모두에게 이로운 꿈)’이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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