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에서 방영한 ‘마더’라는 드라마에 며칠을 푹 빠져 지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는 학교 선생님인 주인공이 자신의 반 학생이 가정에서 학대당하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학생을 데리고 떠나 ‘엄마와 딸’의 인연까지 맺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이보영의 가슴 절절한 연기는 물론이고, 아역 배우인 허율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허율이 연기한 윤복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판 마더는 일본판 마더와는 다른 결말을 맺었다. 유괴죄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주인공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정식으로 윤복이를 입양, 가슴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윤복이의 엄마가 되는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이 드라마에는 많은 ‘엄마’가 등장한다. 원치 않던 아이(윤복)를 낳은 후 결국 자기 손으로 자신의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린 엄마,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한 뒤 경찰에 붙잡혀가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보호기관에 딸을 버리고 떠나는 엄마, 아이를 낳지 못해 3명의 여자아이를 입양해 친딸 이상의 사랑을 쏟으며 평생을 키워온 엄마, 그리고 친엄마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입양이 돼서도 행복하지 못했지만 결국 윤복이를 만나 진정한 모성애와 행복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까지. 드라마 속 사연과 상처가 많은 엄마들을 보면서 ‘엄마’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
극 중 3명의 입양아를 키우는 엄마는 유괴죄로 법정에 선 자신의 딸을 위해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배로 낳았다고 다 엄마인 것은 아니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한테 자기를 다 내어줄 때”라고 말이다. ‘엄마’다운 ‘엄마’는 이러한 엄마 아닐까.
최근 사회가 많이 어지럽다. 대통령이 대통령다웠다면, 도지사가 도지사다웠다면, 스승이 스승다웠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언론이 언론다웠다면. 처음 기사를 작성한 지 10년 만에 첫 번째 ‘지지대’를 쓰는 영광스러운(?!) 이 자리를 빌려 스스로 다시 한 번 가슴에 이 말을 새겨 본다. “기자다운 기자”.
이호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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