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道공공기관 성희롱추행 만연, 특단조치 있어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나왔다. 경기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이나 추행 등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다. 소속 노동조합이 설문을 통해 미투 사례를 접수한 것인데 지목된 가해자를 보면 부서 상급자뿐 아니라 경기도청 공무원, 경기도의원 등도 있었다. 성희롱ㆍ성추행이 사회 각계각층에 독버섯처럼 퍼져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경기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은 지난 12~16일 도내 7개 공공기관(한국도자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문화재단, 경기연구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남녀 근로자 각각 350여 명씩, 7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 실태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의 54%가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이, 또 젊은층일수록 피해 경험이 많았다. 가해자는 기관 내부 구성원, 상급기관 관리자, 업무 관계자 외에 경기도의원까지 다양했다. 상당수는 위계에 근거한 ‘갑질’ 성희롱이다.

이들의 피해 사례는 심각하다. 회식 중에 따로 불러내 모텔 앞까지 강제로 끌고 가거나, 해외 출장 중 호텔 객실로 찾아와 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자고 요구했다. 잠자리를 요구받은 여직원도 있다. 노래방에서 껴안거나 더듬기, 블루스 추는 일은 다반사였고, 자신의 성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상사도 있었다.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건배사나 낯 뜨거운 음담패설 등 일상에서 언어적 성희롱도 많았다.

여성근로자의 절반이 넘게 피해 경험이 있다면 공공기관 전반에 성희롱ㆍ추행이 만연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술자리나 회식 장소뿐 아니라 사무실 등 업무공간에서도 신체접촉이 빈번하고 음담패설을 한다니 성희롱ㆍ추행에 관대한 조직문화가 나은 적폐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 이 참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특별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 내 위계질서하에서 발생한 성희롱ㆍ성폭력은 수사ㆍ사법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상담ㆍ무료법률지원 등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지원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엄정 처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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