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불나면 탈출 어디로… 꽁꽁 잠긴 옥상문 ‘찬반 논란’

화재 잦은 봄철 맞아 불안감 확산
원룸촌 학생·아파트 입주민 “열어야”
관리소측 “청소년들 탈선장소 우려”

인천 남구의 한 대학가 원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화재사건을 보고 옥상에 올라갔다 잠겨 있는 문을 발견했다.

 

A씨는 관리인에게 화재 발생 시 옥상이 주요 대피장소가 된다며 옥상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관리인은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 역시 최근 옥상문이 굳게 잠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B씨는 고층에 거주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피하려면 옥상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고 관리사무소에 요구했지만, 청소년들이 올라와 음주하는 등 탈선장소가 된다며 거부당했다.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비롯해 대형 화재들이 이어지면서 옥상문 개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천지역 대학가 빌라와 공동주택, 아파트 등 30여 곳을 확인한 결과 옥상이 열려 있는 곳은 단 3곳뿐이었다.

 

소방시설설치유지 또는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피난시설·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을 폐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광장이나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옥상이 아니면 피난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옥상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2016년 3월부터 새로 짓는 건물 옥상에는 불이 나면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문을 여는 자동개폐장치 의무설치규정을 마련했지만, 기존 건물엔 소급적용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인천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 안전점검을 나갈 때 항상 옥상문을 열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긴 하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 “처벌 규정이 없으니 정기적으로 단속·점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안전문제로 옥상문을 잠궈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우리가 옥상문을 열어놓으면 애들이 몰려와서 술 마시고 담배 피워 주민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술 취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등 사건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아파트 최고층에 거주하고 있는 C씨는 “옥상문을 열어둔 사실이 소문나면 매일 모르는 사람들이 집 앞을 오가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며 “화재 피해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늘상 벌어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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