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대통령 되면 좋지만
대권 지사 5명, 전원 실패 역사
경기지사 선거, 더는 의미 없어
서울시장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공격했다. 자신의 경쟁력이 박 시장보다 우위에 있음을 설명했다. 그중에 경기도민에게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대권 도전 관련 언급이다. 박 시장에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 경선에 나오라”고 몰아세웠다. “1천만 서울시민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4년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면 그 피해는 당과 서울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온 얘기지만 경기도지사 선거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경기도지사는 대권 후보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초대 민선 지사 이인제, 3대 지사 손학규, 4ㆍ5대 지사 김문수씨가 모두 대통령 후보였다. 3명 모두 대통령 선거 또는 경선에 출마했다. 이 전 지사는 임기를 중단한 채 떠났고, 김 전 지사는 장기간의 휴가를 내고 전국을 돌았다. 현 도지사인 남경필 도지사도 재임 중 중앙당에서 대통령 경선을 치렀다.
우 의원이 던진 화두는 이미 경기도민에겐 귀에 박힌 것일 수 있다.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대권논란’은 그친 적이 없다. 4년 전 이 맘 때는 남경필 후보에게 패배한 김진표 의원이 ‘나는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을 후보’라는 이색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임기 중의 대권 행보 논란도 매번 있었다. 김문수 전 지사가 장기 휴가를 내고 대통령 경선을 치를 때 도내 시민단체들이 ‘도정 공백 책임지고 지사 사퇴부터 하라’며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같은 주장을 했다. ‘대통령 후보로 분류되거나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지사직 흠결은 아니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임 실적이 대통령으로 가는 첩경이 됐다. 안희정 전 충남 지사도 도지사 재임 중에 강력한 대권 후보로 올라섰다. 불행하게도 현재는 모두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많은 지역민이 ‘지역 출신 대통령 탄생’에 자부심과 지지를 보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에 도전하는 경기지사 후보 중에도 대권 후보는 있다. 여당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그렇고, 야당에는 남경필 지사가 그렇다. 서울시장 선거와 같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당 안팎과 후보 사이에 대권 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권과 도정 중에 선택을 하라’거나 ‘임기 중 대권 불출마 약속을 하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경기도민에겐 지겹게 들어왔던 질문이다. ‘지금은 도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올 답변까지 안다.
다 부질없다. 경기도 유권자가 관심 없어 한다. 강력한 후보라며 칭송받던 대권 후보 경기지사를 다섯 명이나 봐온 도민이다. 예외 없이 대선판도 못 가거나 가더라도 수치스럽게 패배했다는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도민이다. ‘대권 후보’라고 힘 줘봐야 새롭게 더해질 표는 없다. ‘대권 팔이’라며 역공해봐야 돌아설 표도 없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대권 공방은 그만큼 매력 잃은 소재다. 그 시간에 당원 찾고, 공약 개발한 후보들이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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