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득의 미학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며 평생 대화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인간은 주변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화려한 소통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언변이 좋은 사람들이 정치 무대에 진출하기도 하고 TV에서 강의를 하는 일도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면접이나 소통을 준비시키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과목들이 매우 인기를 끌고 있고, 거의 모든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이 포함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려한 언어구사는 고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모여서 토론과 정책을 결정했던 문화에서 말의 중요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차분하게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글과 달리 언어는 감성적인 호소력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말을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자살을 유도하는 방송을 하다가 실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기도 한다. 옳은 방식의 대화가 아닌 경우 소통이 아닌 갈등을 일으킨다. 특히 과격한 말은 갈등과 불협화음을 심화시킨다.

이런 상태가 된 것은 우리 사회에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소양과 문화가 자리 잡기도 전 갑자기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배출하게 된 것이 요인일 것이다. 종종 TV 토론에 나온 이견을 가진 패널들은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준비하고 상대방의 얘기는 듣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자신만이 옳다는 대화자세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토론의 장이 아니고 성토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주변에서 보면 항상 자신이 하는 제안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청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언변을 타고나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설득을 하고자 자신의 일방적인 얘기만을 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한다는 것이다. 경청을 통해서 먼저 상대방과 공감을 하게 되고 공감은 곧 상대방의 신뢰를 얻게 되는 순서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결국 화려한 언변으로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해 설득하는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서로 윈윈할 수 해결책을 도출하는 성숙한 소통방식을 통한 대화가 진정한 설득의 미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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