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에 받힌 64세 택시기사, 아들뻘에 욕설·폭행 수모

경찰, 미흡한 조치로 도주 운전자 음주운전 규명 실패

고급 수입차량에 접촉사고를 당한 60대 택시기사가 오히려 가해 차량 동승자로부터 폭행당해 중상을 입었다. 특히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가 현장에서 도주했는데 경찰은 이를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 음주운전 혐의를 끝내 밝혀내지 못하는 등 미흡한 대처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8일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2시께 용인시 수지구 한 골목에 정차하고 있던 택시기사 A씨(64)는 B씨(31)가 운전하던 벤츠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가해자 B씨가 합의를 시도했지만 술 냄새가 나 거부했고, 그러자 B씨의 동승자 C씨(31)가 갑자기 욕설하며 때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폭행을 당한 A씨가 112에 신고하는 사이 B씨는 차를 타고 도주했다. 당시 A씨는 가해 차량 번호를 부르며 “음주하고 (차를)빼고 도망간다”고 신고했다. C씨의 폭행은 경찰이 출동해서야 멈췄고, A씨는 왼쪽 갈비뼈 1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지구대 경찰관은 신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폭행사건으로만 처리했다. 용인서부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도착했을 때 가해 차량이 현장에 없었고, C씨의 폭행을 제지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새벽 3시 35분 지구대에서 보낸 교통사고 발생보고를 받은 용인서부서 역시 ‘도주한 운전자는 음주가 의심된다’는 피해자 진술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서부서는 25일에서야 B씨에 대해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용인서부서 교통과 관계자는 “사고가 새벽에 발생한데다 다른 사건들을 함께 처리하는 과정에서 진술서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B씨는 조사 과정에서 음주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아들뻘인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도 억울하지만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것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용인서부서는 B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 C씨를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용인=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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