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삼켜버린 ‘최악의 대기’…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 경기 취소
봄날 창문 ‘활짝’ 이젠 옛말… 가전제품 매장 ‘공기청정기’ 불티
미세먼지가 수도권 지역을 뒤덮는 날이 빈발하면서 시민들의 피해가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 있다.
8일 오후 2시께부터 인천지역에 미세먼지가 섞인 흙비가 내리면서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흙투성이가 된 옷을 털어내는 등 불편을 겪었다.
한 시민은 “잔깐 동안 볼일이 있어 우산 없이 나갔다가 사무실에 들어와보니 옷이 흙투성이가 됐다”며 “이런 일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일에는 인천을 비롯한 서울과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야구경기가 미세먼지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오후 인천문학구장에선 6시30분 경기를 위해 20여분 전에 이미 관중석이 가득 차고 시구를 할 관람객 추첨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경기시작 10여분을 남겨놓고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이 때문에 수많은 관중들이 환불소동을 벌이는 등 한바탕 대혼란을 겪었다.
야구장을 찾은 정호연씨(27)는 “관중들의 건강을 염려해 경기를 취소했다지만 뒤늦은 대처였다”며 “KBO가 미리 미세먼지 동향을 파악해 사전에 통보해줬으면 관람객들이 이렇게 큰 불편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발하는 미세먼지로 각 가정집에서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집안 유리창문 조차 열어놓지 못하는가 하면 야외에 빨래조차 널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선 나들이마저 자제하는 분위기다.
가정주부인 A씨(42·여)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틀어놔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직장인 B씨는 “1주일에 한 번씩 베란다 유리창 청소를 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거무스름한 먼지가 잔뜩 쌓여 청소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매장에선 공기청정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 구월동의 한 가전제품 매장 직원은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져 공기청정기 매출만 체감상 약 30%정도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기상대 관계자는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9일까지 ‘나쁨’으로 예고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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