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 ‘여고생 몰카’…군인 신고로 덜미

“아저씨, 지금 사진 찍었죠?”

지난달 27일 오후 7시 성남시 분당구의 한 지하철 출구.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 최세헌 하사(22·서울공항 항공정비전대 부품정비대대)는 두 눈을 의심했다. 20대로 보이는 한 젊은 남성이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자 고등학생 치마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최 하사는 휴대전화가 들린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남성은 곧바로 저항했다. 그는 “사진 찍은 적이 없다”며 최 하사의 손을 뿌리쳤고,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사이 최 하사의 말을 듣고 현장에서 벗어난 고등학생 A양(17)은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최 하사를 피해 버스를 타고 도주하는 B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최 하사는 “당시 병원에 가던 중 고등학생 치마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 촬영하는 남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2차 피해자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분당경찰서는 여자 고등학생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B씨(28)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복원하는 등 여죄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경찰은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날씨에 여성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는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2016년 1천219건, 2017년 1천292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성남=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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