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학력제 벙커’ 피해 방통高 간 학생골퍼들

“정유라 같은 부정입학 방지하자” 특기자 수업일수·학사관리 엄격
도내 1년새 33명 입학 기현상 ‘만학의 꿈’ 방통고 취지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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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수에 대한 최저학력제가 도입되면서 도내 고교생 골퍼들이 일반고등학교 대신 방송통신고등학교(이하 방통고)로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골프협회 등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인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으로 인한 체육 특기자에 대한 최저학력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고교 골프 선수들이 일반 고교에서 방통고로 편입하거나, 입학하는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라사건 이전만 해도 도내 고교생 골퍼 가운데 방통고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육부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 방침에 따라 수업일수와 학사관리가 엄격히 적용되면서 1년 사이 33명이나 방통고에 입학해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별로는 수성고 부설 방통고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호원고 10명, 서현고 8명, 상동고 3명, 수원여고 1명 등이다. 이는 경기도 등록 고교골퍼 200명 가운데 16.5%에 달하는 수치로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 숫자가 타 종목으로 확대돼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골퍼들이 방통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반 고교에 재학하면 연간 훈련이나 대회 출전 가능 일수가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 1인 63일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 학업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아예 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어 이를 피해 운동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방통고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고 수업은 월 2회만 출석해 수업을 받으면 되고, 나머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하게 돼 일반 고교보다 수업일수 준수에 따른 운동시간 부족 및 대회 출전 등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방통고에 다니는 한 선수의 학부모는 “아들이 오직 운동에만 전념토록 최저학력제에 따른 여러 제한을 받지 않는 방통고에 진학시켰다”며 “교우관계나 인성교육 등 여러가지 등을 고심했지만 현재는 프로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일반 고교에 다니면서 운동을 하고 경쟁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고교 미진학 청소년과 교육기회를 잃은 성인들에게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방송통신교육 방식을 도입한 방통고의 본래 취지가 운동선수들의 잇따른 진학으로 본질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는 한편, 타 종목과 중학생들까지 여파가 미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운동선수들의 방통고 진학이 자칫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생략되고, 운동만 하는 기계적인 청소년을 양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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