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품격과 가치’ 떨어뜨린 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일어난 ‘택배 갑질’ 논란이 핫이슈다. 다신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게시된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논란의 원인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4일 안내문을 통해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택배기사에 대한 대응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안내문엔 첫째, 택배기사가 정문으로 우편물을 찾으러 오든지 놓고 간다고 전화·문자가 오면 “정문과 동문 주차장 파킹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고 대응하라 했다. 둘째, 아파트 출입을 못하게 해서 우편물을 반송하겠다고 하면 “택배기사님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라고 말하라 했다.

지상에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하는 이 아파트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방문ㆍ주민 차량은 지하로만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택배 차량도 지상 진입을 못한다. 아파트 측은 대안으로 지하주차장 무인택배함을 이용하라 하지만 주하주차장 입구 높이(2.3m)가 택배차량(2.5m~2.7m) 보다 낮아 진입을 못한다. 다른 대안으로 정문 근처에 주차후 카트로 배달 하라지만 이 또한 시간 부족 등 여러 사정상 쉽지 않다. 단지내 차량 진입을 못한 택배업체들은 아파트 인근에 물건을 쌓아두고 주민들에게 찾아가라고 공지하고 있다. 택배 대란이다.

택배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하루 배달하는 물건의 양으로 수입이 결정돼 주민 대응 매뉴얼대로 할 경우 정해진 시간 때문에 그만큼 수입이 줄고 퇴근시간도 늦어진다. 수백개의 택배를 카트로 옮기기도 힘들지만, 카트를 끌고 이동할 경우 소리가 시끄럽다며 통로를 막고 지하로 다니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들은 차고가 낮은 택배차량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택배회사는 ‘택배 불가 지역’으로 지정해 배송거부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내세우는 ‘아이들 보호’라는 측면에서 이해되긴 한다. 지난달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엄마와 어린이가 치일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택배기사 대응 매뉴얼을 보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방적인 주민 편의만 담고 있다.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라는 문구가 거슬린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부글부글 하는 것도 이런 것이 갑질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를 상대로 한 아파트 갑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전의 한 아파트에선 택배기사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 명목으로 카드를 발급하며 보증금 5만 원과 월 사용료 1만 원을 요구한 바 있다. 택배기사들이 받는 돈은 1건당 500원 내외다. 한달 내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야 수입이 200만 원 정도다. 이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적절한 배려가 요구된다.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에 일각에선 다산 정약용의 애민사상을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애민(愛民)’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우선이다. 다산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다산신도시 아파트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택배 문제를 지혜롭게 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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