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편안히 숨 쉴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발암물질 등 여러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천식, 기관지염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대한민국의 미세먼지는 WHO 권고기준 및 선진국 오염도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2016년 환경평가지수에 따르면 공기청정도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로 거의 세계 최악 수준이다. 물과 공기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고 외출을 삼가라는 식의 안이한 대응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이런 심각성을 이제 대다수 국민과 정치인들이 인식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에선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경유차 및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규제하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LPG는 친환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연료다. 환경부의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산정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LPG가 경유의 9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필자는 경유차 저감 정부정책 방향과 미세먼지 대책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5인승 RV라도 연료사용 제한을 우선적으로 완화하자는 내용이 담긴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법안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간사 간 합의를 거쳐 민생법안으로 추진해왔다.
당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 변화, 기존 수혜자에 대한 대안 마련 전제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강경한 반대 입장이었다. 업계들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도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었다. 그러나 점진적 허용이라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냈고 마침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철통같았던 지난 35년간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정책적 지원을 본격화하는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의를 둔다.
변화는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다. 성과도 많았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해외에서는 LPG 차량의 친환경성을 인정해 각종 세제지원 및 보조금 등을 지급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 흐름을 역행해왔던 만큼,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규제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올해 1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 중 등록 후 3년이 경과한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러한 의정활동의 연장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이나 연비를 따져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일괄적으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다. 또한 LPG 연료 사용 제한의 당위성은 ‘낮은 상대가격과 사회적 배려’가 핵심 근거였으나, 연비는 경유가 LPG보다 높기 때문에 LPG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배려 대상자에 대한 혜택이라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제 정부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경제적 부담경감을 위해 더 큰 용단을 내려야 할 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도입된 각종 문물이 부메랑이 돼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은 그 어떤 다른 이익과 가치와도 대체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LPG 5인승 RV 차량을 조기에 생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찬열 국회의원(바른미래당·수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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