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산하기관 성폭력 침묵…전문인력·전담기구 설치 등 제도 보완 시급

‘미투’ 운동이 활발한 경기도내 문화 관련 산하기관의 성폭력 관련 신고 건수가 단 1건도 없는(본보 4월10일자 6면)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성희롱ㆍ성추행 피해가 30%에 달하는 도내 5개 산하기관도 성폭력 피해 신고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도내 산하기관들은 이번 성희롱ㆍ성추행 피해에 대한 추가 조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문인력 배치와 전담기구 설치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여성가족부, 경기도공공기관노동총연맹(경공노총) 등에 따르면 경공노총이 지난달 21일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30%가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도 산하 7개 공공기관(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ㆍ경기도자재단ㆍ경기도문화의전당ㆍ경기신용보증재단ㆍ경기문화재단ㆍ경기도콘텐츠진흥원ㆍ경기연구원)의 성폭력 신고 건수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기관은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공공기관은 직장 내부에 성희롱 신고 및 상담을 할 수 있는 성희롱고충담당자, 성희롱고충상담처리실 등 상담 창구를 두고 있다. 그러나 7개 도 공공기관 모두 이 내부 상담 창구를 통해 신고된 건수는 전무했다.

 

이는 성희롱고충담당자 등 상담창구 담당자를 내부 인사 ‘누구나’ 지정토록 돼 있으며 성희롱 예방지침 마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시행령 20조를 보면 성희롱 고충 담당자를 지정하게 돼 있지만 담당자 선정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없어 성희롱 전문교육을 한번만 받으면 내부 직원 누구나 해당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또한 성희롱 고충 처리 절차 및 메뉴얼 마련도 기관 자체 규율에 맡기고 있어 사실상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성폭력 피해자가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이들 공공기관들이 성추행 피해에 대한 후속조치도 없어 전문인력 배치 및 전담기구 설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차혜령 변호사는 “기관에서 성희롱 사건이 30%가량 일어났다는 조사가 있었음에도 신고가 0건이라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성희롱 고충담당자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걸 알수 있다”며 “성희롱 고충담당자에 대해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더 추가하고 고충 담당자가 교육훈련을 받아도 정기적으로 전문성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법상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법이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어 모든 공공기관의 상황을 못 담아 미흡한 점이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정보 누출 방지를 위해 보완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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