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철조망 없지만 분단의 세월 고스란히 느껴져
전 세계 이목 집중될 ‘평화의 집’ 리모델링 공사 한창
아픈 역사 담긴 곳… 평화·화합으로 다시 쓰여지길
직선거리로 서울에서 52km, 평양에서 147km 지점에 있는 판문점. 남측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 북한 행정구역상으로는 개성특급시 판문군 판문점리에 해당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남과 북 어느 쪽의 영토도 아니다.
1945년 광복의 뜨거움이 채 식기 전에 강대국에 의해 생이별한 민족의 현실을 가장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곳도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안의 판문점이다. 이곳 명칭은 1951년 9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때 중국군들이 회담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이곳 지명 ‘널문리’의 한 주막에 ‘판문점’이라는 간판을 걸어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경기일보 기자가 지난 18일 찾은 판문점은 남과 북을 가로막은 장벽도 철조망도 없었다. 양쪽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판문점 내 두 가건물 사이에 설치된 콘크리트 연석이 전부였다. 군사분계선(MDL)이라 불리는 이 선은 폭 50㎝, 높이 5㎝에 불과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손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남과 북은 그동안 이 선을 쉽게 넘지 못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남북 분단 70여 년의 무게만큼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넘사벽’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7일 뒤면 이 선에서 남북 정상이 두 손을 맞잡는 역사적인 장면이 전 세계의 전파를 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처음 이 선에서 만나 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상회담을 앞둔 ‘프레스투어’ 때 찾은 이곳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리모델링은 20일 마무리된다. 정상회담장은 평화의 집 2층에 마련되며, 3층은 오·만찬이 가능한 연회장으로 꾸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의 집 앞쪽으로는 ‘자유의 집’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휴전회담 당시 유엔사 측 대표들의 대기장소로 사용됐으며 남북 적십자 연락 업무와 안보견학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MDL을 사이에 두고 평화의 집은 북측 통일각과 대칭되고, 자유의 집은 판문각을 마주 보는 구조다.
자유의 집 북측 출구를 빠져나오면 북측 판문각으로 가는 길목에 하늘색 건물 3채가 서 있었다. T1·T2·T3로 불리는 회담장 건물이다. T1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는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는 실무장교 회담장이다. 이 건물 옆으로 난 길에 한국군 경비경이 보였고 종종 북한 경비병 2~3명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과 흡사했다.
판문점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53년 포로교환’, ‘1976년 도끼만행 사건’, ‘2017년 북한군 오청성 귀순’ 등 판문점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이 같은 점을 읽을 수 있다. 70여 년 간 이어져 온 남과 북의 ‘대립’과 ‘반목’의 판문점 역사는 2018년 정상회담부터 ‘평화’와 ‘화합’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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