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전쟁사·무예사를 아우르는 수준 높은 역사서 ‘병서, 조선을 말하다’

▲ 병서 조선을 말하다

역사는 방대하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병서를 중심으로 조선을 풀어낸 책이 나와 화제다.

바로 <병서, 조선을 말하다>(인물과 사상사 刊)다. 병서는 군대와 군사에 관한 책이다. 전쟁과 반란 등 당시 사회를 뒤집었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책은 조선시대 주요 병서를 소개한다. 병서에는 조선의 모습이 생생히 드러난다. 독자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당시 군대 조직, 전술, 무기부터 조선에 영향을 미친 주변국의 변화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저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환란을 이겨내고 혁신을 이뤘는지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다뤘다. 정도전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정도전이 병서 <진법>을 썼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새로운 국가를 위한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쓴 책이다.

 

세종대왕은 조선이 건국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즉위했다.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군사 역할이 필요했다. 그는 군대 역사를 통합해 정리한 <역대병요>를 펴냈다.

 

아들인 문종은 우리 역사에 초점을 둔 <동국병감>을 편찬했다. <동국병감>은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 전쟁사를 모은 병서다. 세조는 왕권을 안정시킬 필요성을 느껴 군대를 5위 체제로 바꿨다. 조선의 장수는 조선군의 핵심 전술서 <오위진법>을 활용했다.

 

임진왜란을 진단한 내용이 흥미롭다. 왜군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조선이 초기 주적을 여진족으로 인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후 조선은 왜군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인 병법을 다룬 명나라 병서를 받아들여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등을 편찬했다.

 

책은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조의 개혁 정치, 쇄국과 문호개방 등 조선 500년을 훑는다. 이를 통해 조선 내외 정치ㆍ사회 변화를 짚고,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병서를 소개한다.

 

저자 최형국은 검객이며 인문학자다. 중앙대 대학원 한국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의 상임연출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문화사ㆍ전쟁사ㆍ무예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내공이 드러난다. 값 1만6천원

 

손의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