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전산방해 증거 ‘미흡’ 자동댓글 매크로 개발자 무죄

재판부 “통상보다 큰 트래픽 악성프로그램 보기 어려워”
현행법상 유포자 제재 불가 새로운 처벌법안 발의 ‘시급’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한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가 “사이트 운용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근 논란이 된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도 현행법상 처벌하기가 어려워 새로운 처벌 규정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최성길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37)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원심은 A씨에게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몰수하도록 한 바 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포털사이트에 글·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발송해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해 3억여 원을 챙겼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 서버는 평소보다 5∼500배 많은 부하(트래픽)가 발생했다.

 

검찰은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한 혐의로 A씨를 검거한 뒤 중개 사이트 운영자 B씨(46)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벌금형 선고 후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프로그램은 빠른 속도로 댓글 작성, 쪽지 발송 등을 반복 수행했을 뿐”이라며 “통상보다 큰 부하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매크로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용 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운 처벌 규정 도입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 유포자를 처벌하기 어렵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포털 사이트가 정한 기능 안에서만 사용돼 트래픽을 최대 500배까지 늘리더라도 악성 프로그램처럼 사이트 운용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처벌 규정의 도입을 위해 국회 등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바른미래당 오세정 국회의원은 아이디(ID) 도용과 매크로 프로그램류 사용을 처벌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국회의원도 같은 날 매크로 등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한 당사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정부=박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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