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긴 기다림… ‘평화의 봄’ 온다

내일 남북정상회담… 임진각·통일전망대 실향민 발길
‘성공 기원’ 함평나비 1,178마리 날리는 퍼포먼스 선보여

25일 오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 1층 전시실에 열리고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통일향수전(統一鄕水展)’은 갈 수 없는 북녘 고향에 대한 이산가족의 처절한 아픔과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함경남도 흥남, ‘바람 찬 흥남부두’가 고향인 이산가족 이재순 할머니(85)는 “방학 때면 오빠랑 명사십리 해안에 갔다. 금모래밭에 자박자박 핀 해당화가 참 예뻤는데 여린 여동생 손이 해당화 잔가시에 찔릴까 꽃을 대신 꺾어주던 오빠를 70년째 그리워하고 있다”며 “오빠와 이별답게 이별하지 못했던 그게 가장 안타깝다”며 눈물을 훔치는 영상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재순 할머니처럼 북에 있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은 약 6만 명. 평균 나이는 81세에 달한다. 그들의 애절한 그리움은 깊어가지만 기억은 점점 흐려져 간다. 이산가족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1945년 8월15일 광복을 맞은 대한민국은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하나의 한국’은 1948년 두 개로 갈라졌다. 분단 70년을 맞은 2018년 한반도는 마침내 하나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70대 일본인 야마자키 미네코씨는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임진각 국민관광지를 방문했다”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과 최단거리가 460m 밖에 안 되는데 갈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다”며 망원경으로 북한 개풍군 일대를 유심히 살펴봤다.

▲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파주 임진각을 찾은 한 6·25 참전용사가 통일을 기원하며 철조망에 내걸린 한반도기를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시범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파주 임진각을 찾은 한 6·25 참전용사가 통일을 기원하며 철조망에 내걸린 한반도기를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시범기자

2018 남북정상 회담을 앞두고 세계 유일의 안보 관광지인 임진각과 통일전망대 등지에 실향민과 시민 그리고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남북관계에 ‘평화의 봄’, ‘통일의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선 파주 자연유치원 원생들이 남북정상회담 성공 개최와 평화를 기원하며 나비 1천178마리를 날리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유치원생 이재문 어린이는 “오늘 북한 친구들에게 호랑나비랑 배추흰나비를 훨훨 날려보냈어요”라며 “껍질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나비처럼 남한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오빠생각’으로 70년 세월을 버틴 이재순 할머니처럼 이산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공존하는 곳에 대남방송 소리가 멈췄다. 총소리, 대포 소리도 다시는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과 희망이 싹트고 있다. 

통일의 봄도 같이 싹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폭 2018mm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는다. 한반도 평화의 봄, 하나의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어린이들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함평 나비 1187마리를 하늘로 날리고 있다. 김시범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어린이들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함평 나비 1187마리를 하늘로 날리고 있다. 김시범기자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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