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피해가 워낙 커 올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판입니다”
29일 오후 3시께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배 농가에서 만난 홍동기 별내농협 상무는 “올해 유독 심하게 발생한 배꽃 저온피해로 별내지역은 물론 남양주시의 많은 농가가 울상”이라며 “내년을 준비하는 농가들이 나올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그가 배나무에 핀 배꽃을 건드리자 툭 하고 힘없이 떨어졌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맥을 못 추렸다. 배꽃에 달린 암술은 타들어가듯 검게 변해 있었다.
주로 신고배를 키우는 이 농가의 배꽃 대부분은 푸른색이어야 할 줄기가 노랗게 변하거나 암술이 냉해로 인해 수정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하얀 꽃잎은 이미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뭇가지에서 20~30㎝마다 꽃 10여 개가 모여 이룬 꽃송이 하나에 살아있는 꽃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6천611㎡ 규모에 달하는 이 농가는 약 80%가량의 배나무가 저온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배나무 한그루당 20㎏들이 20박스의 배가 수확되는 데, 올해는 겨우 2~3박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체 배나무 중 20~30%의 배꽃은 개화시기가 늦어 저온피해를 입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영양제 공급을 하고, 태풍과 우박 등 추가적인 자연재해를 피한다고 가정했을 때 70% 정도만이 기형이 아닌 온전한 배가 될 수 있다고 홍 상무는 설명했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 7ㆍ8일 이틀 동안 전국을 강타한 꽃샘추위 탓이다. 따뜻한 날씨로 예년보다 일찍 핀 배꽃 암술이 고사하고 꽃봉오리가 흑색으로 변하는 냉해로 이어진 것이다.
도에 따르면 남양주시와 안성시를 비롯한 도내 9개 지자체 배 농가 800㏊(600여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남양주시와 안성시가 각각 350㏊ 정도의 냉해 직격탄을 맞았다. 양주시와 양평군 등에서도 15∼30㏊의 피해가 발생했다.
남양주시는 1차로 배의 상태를 좋게 하는 영양제 투입을 완료했으며 별내농협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2차로 영양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홍 상무는 “농가들이 남아 있는 배꽃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올해 농사를 포기한 농가들이 나오고 있다”며 “저온피해에 대한 부분은 보험처리도 안 돼 보상받지 못하는 농가가 많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다음 달 20일께 정상적인 배꽃의 상황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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