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재는 16살에 출가했다. 전북 남원에서 경기도 안양으로 올라왔다. 도장 새기기를 업으로 삼았다. 글씨를 파고 그림을 새기다 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독학을 시작했다. 스승 없이 혼자 책을 봤다. 그때부터 서(書), 화(畵), 각(刻)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1991년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전각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1995년 중국서령인사 전각평전에서는 최초로 한국인으로서 우수상을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하며 서예협회 경기도지부장, 서예협회본부 이사, 한국전각학회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질없다고 느꼈다.
2003년 모든 감투를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지리산, 남원, 부산, 산천을 떠돌았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의왕 청계산 자락에 갤러리를 열었다. 扉泥陋(비니루)다. 사립문 비(扉), 진흙 니(泥), 더러울 루(陋)자를 쓴다. 말처럼 비닐하우스로 된 공간이다.
오가는 사람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누구라도 작품관람 환영합니다’라는 천막을 내걸었다.
진공재는 유·불·도교 등 동양 사상을 주로 표현한다. 소재나 표현방식이 자유롭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만의 화풍을 볼 수 있다. 독특한 조화가 자연스러워 편안하다.
환갑을 맞은 진공재 작가의 현재까지의 삶을 총망라한 전시다. 진 작가는 “돌아보건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언정 그저 즐거이 하였더라면 그아니 좋았으련만 발분망식(發憤忘食)을 넘어 노심초사 아등바등하며 무엇을 잘해보겠다고 너무 열심히 애를 썼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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