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교육부 해체’ 論까지 나오는 우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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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천사가 아닌 아이들과 결코 낙원이 아닌 학교….’

해직됐다 복직되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박일환이라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바보 선생’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속에 그런 표현이 있다. ‘결코 천사가 아닌 아이들과 결코 낙원이 아닌 학교’ 오늘 우리의 교육현장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 교육은 시끄럽고 아우성이다. 1천200만명에 이르는 초중고대학생들 그들과 매일 부딪히는 50만명 상당의 교원들, 대한민국 30대 이상의 성인이면 거의 해당되는 학부모, 그들이 갖고 있는 폭발적인 교육열…. 따라서 365일 교육은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의 평균 수명은 7~8개월. 단명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는 취임 3일만에 물러난 장관도 있다. 2005년 1월7일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이기준 서울대총장은 교수 시절의 사회이사 겸직과 아들 병역 문제가 불거져 3일 만에 물러난 것. 이와 같은 7~8개월 단명 장관 밑에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교육정책을 이어 오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는 핀란드는 국가 교육 최고 책임자로서 국가교육청의 사무총장이던 에르끼 아호(Erkki Aho)가 20년이나 한 자리를 지켜온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교육정책이 복잡한 나라도 없다. 대입 수능시험, 특목고, 검인정 교과서, 교원 평가제, 수시모집, 조기 영어교육, 교원 임용제, 교원 노조 등 정말 끝이 없는 게 교육정책이고, 그 하나하나 시비가 치열하게 달라붙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 교육이 시끄러운 것에 대해 어느 교육부 장관은 언론 시스템을 탓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교육문제를 사회부에서 다루지 않느냐, 사회부는 사건을 다루는 부서니 교육을 사건으로만 보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 접근이 힘들어진다 등 대충 그런 논리로 언론을 탓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가령 말썽 많은 대입제도만 해도 그렇다. 최근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에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입시의 정시 비중을 확대해 달라고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8월까지 국민의견수렴을 거쳐 대입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한정된 시간에 어떻게 단일인이 가능하지,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빚어질 세 싸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비난의 소리가 높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교육부 취재가 사회부에 속한 언론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의 체질적 취약성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교육부를 해체하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교육부가 없어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의 문제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병폐를 지적할 때는 ‘서울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고 하고, 우리 영어 교육에 대해서도 ‘영어교사가 없어야 영어 교육이 산다’고 하는 말도 역시 우리 교육의 심각한 면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교육부가 없어야, 서울대가 없어야, 영어 교사가 없어야 등 교육부를 향한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 교육 백년대계가 세워져야 하겠다. 요즘 우리 교육부의 모습이 너무 불안해서 하는 말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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