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는 네이버의 실질 지배자 이해진 씨는 더 이상 숨지만 말고 결단을 해야 한다. 네이버가 내놓은 댓글정책 개선안은 미봉책도 못 되는 국민 사기극이다. 24시간 동안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과 비공감 수를 50개로 제한하고 하나의 계정으로 동일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도 3개로 줄인다는 게 골자다.
이런 처방으로는 다량의 ID를 가지고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악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네이버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땜질식 처방을 발표한 까닭은 최근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조작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뉴스, 댓글 장사는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다. 절대적 시장지배자임에도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에 대가는커녕 속된 말로 날로 먹는 것이다. 날로 먹더라도 제대로 하면 그나마 욕을 덜 먹겠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이 실검, 댓글 장사를 통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주범으로 떠올랐다.
네이버에서 하루 약 1천300만 명이 뉴스를 읽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은 12만 명 정도다. 전체 독자 중 0.9%만 댓글에 참여하지만, 이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구글이 기사를 링크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한 것과 반대다. 기자 한 명 없는 포털업체 네이버가 뉴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네이버의 자정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댓글을 가장한 가짜뉴스의 생산과 범람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구글뉴스는 제목뿐 아니라 언론사도 공개한다. 네이버뉴스는 제목만 나온다. 아웃링크는 이번 대책에서 쏙 빠졌다. 눈 가리고 아웅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최근 주주들에게 ‘창업자의 편지’를 보내 “우리는 기술 르네상스에 살지만 막대한 신중함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면서 IT 기업의 오만을 반성했다. 이해진 씨는 구글만큼은 못 되더라도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댓글이 작전으로 의심되고 여론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 사실을 언제부터 인지했는지도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경수사, 미진하면 특검에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는 은둔의 경영자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나서서 지난 과오를 국민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것이 도리다. 법제화의 수순을 가기 전에 책임 있는 당사자의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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