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어린이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 장난감 구매 전쟁에서 벗어나 기부, 저축 등의 특별한 방식으로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맘 이상희씨(40·남양주시 다산동)는 올해 어린이날은 비싼 장난감과 옷 선물 대신 아홉 살 딸(박채원·금교초)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작은 기부’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딸 친구(함지윤·다산초) 몇 명이서 뜻을 모아 안 쓰는 장난감과 작아진 옷, 그리고 다 읽은 동화책을 모아 아빠와 단 둘이 성남에 살고 있는 여섯살 A양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자란 외동딸에게 조금은 특별한 어린이날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기부를 하게 됐다”며 “새 장난감을 고르는 잠깐의 기쁨보다 자신의 추억과 사연이 있는 물건을 누군가와 나눔으로써 자연스럽게 따뜻한 품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초등학생 1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 이수정씨(39ㆍ성남시 판교동)는 해마다 5월을 ‘잔혹한 보릿고개’로 보냈다. 매번 고가의 각종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들 성화에 못 이겨 가계부담이 되는 선물을 사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우리 아이만 친구들 사이에서 뒤쳐지고 위축될까봐 사줬던 장난감 대신 올해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들과 함께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했다.
이씨는 “특별한 날마다 용돈을 주고 통장에 쌓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경제 관념이 생길 것 같아 올해는 같이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다”며 “조금 더디더라도 아이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고 심부름 같은 집안일로 가욋돈을 벌어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작은변화는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원 신풍초등학교(교장 임종석)는 3일 어린이날 축하 등굣길 음악회를 개최했다. 학생자치회, 청렴챌린저학교 추진단, 신풍오케스트라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음악회에서는 봄의소리 왈츠, 위풍당당행진곡이 연주돼 등굣길 학생들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특수학급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테너 김현서 선생님이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한 에릭 레비의 ‘I Believe’를 협연해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신풍초 임종석 교장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모두가 행복한 학교와 가정 생활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이번뿐만 아니라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며 즐기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요즘은 엄마, 아빠와 극장을 가거나 가족여행, 직업체험 등의 다양한 형태로 어린이날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아이들에겐 부모와 양질의 즐거운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것, 또래의 아이들과 실컷 어울려 노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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