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만 오면 천덕꾸러기 신세 떼까마귀의 ‘이유있는 눈물’

숲·山 사라진 평택·아산 떠나 수원 농경지서 겨울나기 ‘눈총’
울산 태화강 5만 마리 친구 관광자원으로 대접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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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 4월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올해로 만 두 살된 떼까마귀입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고향을 떠나기 전 제 반쪽과 결혼해 올 3월 다시 고향을 찾아 예쁜 자녀 다섯을 낳았습니다. 밤낮없이 지저귀던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해 이제는 사냥과 비행을 가르쳐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4천 마리의 일행들과 한국으로 건너가 있을 올해 11월입니다. 지난 2년간 겨울 식량은 시베리아를 떠나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 구했는데, 지난해부터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님 세대까지, 즉 지난 2015년도까지는 평택과 아산이 저희 떼까마귀들의 주요 생활 터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택지개발사업로 숲과 산이 사라지면서 저희들은 인근에 농경지가 많은 지역을 따라 이동하다 발길이 닿은 곳이 바로 수원 입북동과 당수동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난 이후 매년 겨울 수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깍깍’ 울어대고 마구 배설물을 뿌려댄다면서 수원시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정전사고까지 발생하자 인계동 등 도심에서 내쫓겠다며 맹금류의 눈 색깔과 비슷한 녹색 레이저를 쏠 때는 벌벌 떨며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저 낮에는 주로 화성과 수원시 외곽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해가 저물 시점부터 아침까지는 도심 건물과 전선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살았을 뿐입니다. 추위를 막고 천적이 없는 울창한 나무숲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전선 등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저의 처지를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흉조’로까지 불리우며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땅속 해충을 잡아먹고, 배설물을 천연 유기농 비료로 쓰게 해 비옥한 토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베리아 몽골, 중국 북부지역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인데 본의 아니게 수원에서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울산 태화강에 자리잡는 5만마리의 우리 친구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친구들은 어느새 관광자원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너무나 부럽기만 합니다.

수습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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