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는 참이다.
지난 2011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출간된 이래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후기에 나오는 얘기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중세 역사와 전쟁의 역사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역사에 정의는 존재하는지,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해졌는지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일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홍보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18년 주요 협회 사업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식 개선 등 홍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신임 위원이기에 먼저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 신임 위원이 어처구니없게도 현재 또는 미래 사회의 인구 문제는 저출산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단정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제 더 이상 인위적인 출산 대책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저출산 대책 불가론’을 주장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의 감소, 과연 이것이 미래 사회에 문제가 되는 것인가. 웃음만 나온다. 사피엔스가 신이 되는 세상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피엔스가 불멸의 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인간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사피엔스의 신체적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 또는 기계의 개발이 현실화되고 있다. 19세기 초 전 세계 인구는 10억 명에 불과(?)했다. 현재 인구는 70억 명이 넘는다. 미래 사회 인류의 문제는 이미 인구의 문제가 아니다. 종의 번식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 혁명이 결국 다다르는 곳을 ‘길가메시 프로젝트’(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라고 주장한다. 저출산 극복이 미래 사회의 인구 문제의 해법이 될수 없다. 인간이라는 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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