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순아, 점순아 더이상 보이지 않는구나”…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 49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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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동원 피해자 故 안점순 할머니의 49재 추모제가 열린 13일 오전 염태영 수원시장이 팔달사를 찾아 향을 피우고 있다. 수원시 제공

“나비가 돼 훨훨 날다가 다음 생엔 할머니 소원대로 예쁜 여성으로 태어나 듬뿍 사랑받길 바랍니다”

 

13일 오전 10시 수원 팔달사 대웅전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 피해자 故 안점순 할머니(90)의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수원평화나비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추모제에는 가족과 친지, 염태영 수원시장, 최영준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조시를 읊은 김선향 시인이 ‘어머니’의 입장에서 “점순아 점순아 더이상 보이지 않는구나”라며 첫 마디를 떼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번졌다. 이어 김 시인이 ‘점순이’의 입장에서 “어머니 어머니 저를 가축처럼 싣고 기차는 평양을 지나 베이징, 톈진을 거쳐 내몽골에 닿았어요(중략)… 고향에 복숭아꽃이 필 때 이 지옥을 벗어나겠어요.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내자 유족들이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 14살 때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안 할머니의 고통과 삶을 담아 살풀이, 고 풀기, 베가르기 등이 진행됐다. 특히 고 풀기에서 유독 안 풀리던 고(苦)가 마침내 풀리던 순간 “할머니가 이제야 편히 떠나셨나보다”며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최영준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할머님이 생전에 겪은 갖은 고초를 우리는 역사로 기억할 것”이라며 “일본의 사죄는 우리가 평생 풀어내야 할 숙제이며 역사상 과제”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안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오는 17일 오후 2시 시청 로비에서 안점순 할머니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또 다음달 4일에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안 할머니의 유품전과 사진전이 열린다. 

추모제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남북 화해 물꼬를 튼 지금, 할머님께서 이 땅에서 전쟁이 중지된 모습을 보셨으면 기뻐하셨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가 간절한 시점”이라면서 “할머니 소원대로 나비처럼 날아 예쁜 여성으로 사시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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