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태계 교란 주범… 5월말~6월초 ‘집중방제’
도 농기원은 농촌지도기관, 행정기관, 농협 간의 협업 방제로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병해충의 돌발적 발생
최근 기후변화와 재배작물의 변화, 작물 재배법의 다양화, 개방화에 따른 농산물 교역량 증가로 농업생태계 교란과 새로운 병해충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몸체가 커 일반 시민까지 아는 꽃매미가 2006년에 발생했고, 이어 2010년에는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전 시ㆍ군 농경지와 농경지 주변의 돌발해충 월동란 발생상황을 조사한 결과 꽃매미 월동란은 전년대비 8.2% 감소(47.6→35.9ha)했지만, 갈색날개매미충은 전년대비 28.7% 증가(80.9→104.1ha)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충 대부분은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아 체온이 변하는 대표적인 변온동물에 속한다. 서식하고 있는 환경이 적합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반대로 환경이 부적합하면 발생량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봄철 해충의 발생량은 그해 겨울철 온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뭇가지나 수피에서 알로 월동하는 매미충들은 저온, 특히 겨울비가 내린 이후 결빙이 생기면서 강추위를 맞이하면 겨울철 생존에 치명적이다.
올해 겨울철 기상자료를 분석해 보면 연천ㆍ화성ㆍ평택지역의 경우 -15℃ 이하로 떨어졌던 날이 각각 11, 5, 3회 관측됐다. 올해 겨울철 평균기온은 전년보다 -3.7℃, 평년보다는 -1.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은 전년보다 -4.2℃ 낮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 꽃매미 월동알의 평균 부화율은 35.6%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으며, 갈색날개매미충의 부화율도 26.9%로 전년 대비 51.6%로 감소했다.
이 수치는 도 평균값이며, 꽃매미는 올해 경기북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산지가 북아메리카며 북유럽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미국선녀벌레의 경우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색날개매미충
갈색날개매미충은 2010년 충남 공주 사과과수원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래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경기도는 2011년 이후 고양ㆍ양주에서 발생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작물은 복숭아, 산수유, 블루베리 등이다. 갈색날개매미충은 우리나라에서는 연 1세대만 발생한다.
알집(알 덩어리)으로 월동한 알은 이듬해 봄인 5월부터 부화하기 시작하는데, 부화한 약충은 이동이 거의 없이 신초나 잎의 뒷면 또는 과실의 틈에서 먹이식물을 흡즙하며 7월부터 성충으로 우화한다. 암컷 성충은 약 1개월 뒤 산란하기 시작한다.
1년생 가지 속에 2줄로 비스듬히 산란하며 가지를 파낸 톱밥과 흰색의 밀랍물질로 알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게 보호하며 알이 월동하는 것을 돕는다. 1년생 가지에서 알이 깨어나는 과정 중 가지의 표피가 뒤집히고 쉽게 부러진다. 먹이식물이 다양해 초본류에도 피해를 주나 초본류에 산란한 알은 이듬해 부화하지 못하고 죽는다.
■미국선녀벌레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 경남과 서울, 경기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외래해충이다. 세계적으로 포도ㆍ사과ㆍ배ㆍ단감ㆍ감귤 등 과수류, 고추, 오이, 딸기 등 많은 작물에 대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으며, 경기지역에서는 인삼에 특히 피해가 심하다.
약충이 떼를 지어 있는 모습에 처음 보게 되면 깍지벌레로 오인해 방제하나 깍지벌레와 달리 튀는 습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선녀벌레는 아카시나무 등이 많은 산림에서 1차 증식한 후 인접한 농경지로 유입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선녀벌레는 약충ㆍ성충이 집단적으로 작물의 즙액을 빨아먹어 생육저해 등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감로(배설물)를 배출해 잎ㆍ줄기 또는 과실에 그을음병을 유발하고, 특히 다량의 왁스물질을 분비해 관상수는 미관을 해친다.
미국선녀벌레는 연간 1세대 발생하며 알로 월동한다. 월동한 알은 5월 상·중순에 부화하고, 7월 중순부터 우화한 성충은 8월부터 산란을 시작해 야외에서 10월까지 발견된다. 점프와 비행을 통해 인접 기주식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
■꽃매미
꽃매미는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의 더운 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진 아열대성 해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천안에서 발견된 이후 2006년부터 밀도가 증가하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확산한 외래해충 중 하나다.
꽃매미는 기주식물에 집단적으로 붙어서 흡즙하면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많은 감로를 배출해 잎이나 과실에 그을음병을 유발하며 상품성을 떨어지게 한다. 연 1회 발생하며, 알 상태로 월동한다. 올해 안성, 평택, 화성, 포천, 파주, 가평 등 도내 6개 지역 꽃매미 알 3천여 개를 채집해 월동 생존율은 분석한 결과 2015년 82.2%, 2018년 최고치인 88.9%로 높았던 적이 있으나 지난 겨울철 추운 날씨로 경기북부 지역의 부화율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10월경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알 덩어리(난괴)로 산란을 하는데, 산란 수는 난괴 당 30~40개 정도다. 월동한 알은 5월 상·중순에 부화하며 약충은 4회 탈피해 7월 중순부터 성충이 된다.
성충은 산림의 서식처를 떠나 과수원으로 이동하면서 피해를 준다. 부화와 탈피가 온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봄철 온도가 높으면 부화속도와 부화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며 성충 발생시기가 6월 하순까지 앞당겨질 수 있다.
최근에는 피해를 본 농민들의 적극적인 방제와 토착 천적에 의한 밀도 감소, 동절기 추운 날씨 때문에 발생지역과 발생량이 크게 주는 추세다. 하지만, 꽃매미 발생에 최적조건을 준다면 언제든지 대발생 우려가 있다.
■매미충류 친환경 방제법
갈색날개매미충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한 방제작업이 필요하다. 갈색날개매미충이 알에서 깨어나는 5월 상순 이전에는 알덩어리가 보이는 작물과 주변 식물의 1년생 가지를 잘라 폐기해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산란한 가지를 전정해주면 소각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얼어 죽게 돼 예찰을 겸해서 친환경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알에서 깨어난 이후에는 방제 적기인 5월 하순 또는 6월 상순에 약충(어린벌레) 방제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고삼이나 제충국, 님(neem), 계피 성분이 함유된 유기농업자재의 사용을 권장한다. 인근 야산으로부터 계속 유입돼 농경지로 들어오기 때문에 주변 10m 정도까지는 주변까지 방제를 해줘야 약효나 살포횟수를 줄일 수 있다. 성충이 돼 농약을 살포하면 인근 야산으로 날아갔다가 약효가 떨어져 다시 날아와 과수에 산란한다.
따라서 한 번만 살포하지 말고 10월 말까지 2~3회 지속적으로 약제를 살포해 나무에 달라붙어 산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고삼 성분은 꿀벌에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 양봉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주위에 양봉 농가가 있어 피해가 우려될 때는 약제 살포 전 벌통을 미리 닫아두고 약액이 마른 후에 벌통을 개방하도록 양해를 구해야 한다.
꽃매미는 같은 시간에 낳은 알이라도 모두 부화하는데, 일주일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제를 위해 기다렸다 방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인근 야산으로부터 과수원으로 성충이 유입되는 7월 중순부터는 어른벌레를 2차로 방제해 산란을 방지해야 한다. 성충의 방제는 이듬해 해충 발생량을 크게 줄일 뿐만 아니라 방제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꽃매미 알이 깨어나기 전에 알 덩어리를 제거해 주는 것도 봄철 발생량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방제법이라 할 수 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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