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전 시작됐지만 드루킹·정상회담 등에 묻혀 ‘썰렁’
네거티브도 난무… 유권자 정치 피로도 높아 최악 투표율 우려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의 정쟁과 대형 외교·안보 이슈들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 후보자들만 열을 올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경기도 내 지방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데다 정책 경쟁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묻지마식 투표가 우려되고 있다.
1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광역 및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여야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각 당의 공천을 받은 여야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지만 지방선거 열기는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과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다른 사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저조해지면서 표를 던질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선거전이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감과 피로도 역시 높아지는 실정이다.
수원시민 A씨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자유한국당 남경필 예비후보가 나온다는 것만 알뿐 시장·도의원·시의원 등은 누가 나오는지 모른다”며 “정책은커녕 도지사 후보들의 가정사 얘기만 시끄러워 투표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에 매몰돼 정작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일선 현장의 출마자들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도내 한 기초의원 출마자는 “정국 현안이 북미정상회담과 드루킹 특검 등에 집중돼 인지도가 낮은 시의원 예비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톡톡히 체감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나눠줘도 관심이 없다며 받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이는 결국 기존 정당 선호도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를 무조건 찍는 ‘묻지마식 투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책도, 후보도, 관심도 없는 3무(無) 선거가 이어지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정치권 혼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유권자가 후보자들에게 당당하게 정책을 요구해 정책 대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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