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무살된 61만명 축하 속 취업·방값 걱정에 일부는 한숨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자각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어른’이 된 것을 축하해주는 날이 있다. 매년 5월 세 번째 월요일로 제정된 ‘성년의 날’이다.
올해 제46회 성년의 날을 맞은 21일, 61만 4천233명의 청소년이 장미꽃ㆍ향수와 함께 성년으로서 첫 축하를 받았지만 그 속에는 ‘스무 살의 고민’을 안고 있는 청춘이 있었다.
수원 팔달구의 한 입시학원 앞에서 만난 재수생 A씨(20ㆍ여)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을 통해서야 오늘이 성년의 날임을 알았다. A씨는 “입시에 매달리느라 성년의 날인지도 몰랐는데 친구들이 선물 이야기를 할 때 오늘이 성년의 날임을, 나도 성년임을 깨달았다”면서 “만약 진학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 자리에서 축하받고 있었을 텐데 슬프다. 학원이 끝날 시간에 부모님이 매번 자가용으로 데리러오시는데 아직 ‘애’라는 느낌도 들고, 오늘은 괜히 우울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오산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B씨(20ㆍ여)는 즐거운 새내기 생활을 기대하며 입학했지만 최근 ‘미래가 깜깜하다’는 이유로 유학을 고민하게 됐다. B씨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해야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고등학생 때까지는 몰랐는데 졸업하고 보니 20ㆍ30세대가 한국에서 아무 경험 없이 버티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성년의 날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보다는 캐나다로 갈지 호주로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남보건대학교 인근에서 자취 중인 C씨(20) 역시 학생회 선배들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아 기분이 들떴지만 ‘밀려드는 방값 걱정’에는 어깨가 무겁다. C씨는 매달 고시원 주거비용으로 20만 원가량을 지출한다. 그는 “대학생이 돼 부모님에게 매번 손을 벌리기도 죄송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그조차 경쟁률이 높아 잘 구해지지 않는다”며 “성인이 된 만큼 스스로 책임질 것이 많아지는 날이라고 생각해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날”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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