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파전 괴담

‘파전 괴담’이란 게 있다. 거의 모든 대학에 전해온다. 얘기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축제 때 주점을 했다. 손님이 많아 대박이었다. 준비해 놓은 파가 동났다. 누군가 기막힌 수를 냈다. 캠퍼스에 널린 풀을 뜯었다. 이 풀을 파 대신 넣고 전을 부쳤다. 술 취한 학생들은 모르고 먹더라.’ 설마 그 억센 풀을 모르고 먹었을까. 그래도 화자(話者)마다 ‘내 얘긴 진짜’라고 우긴다. 그게 ‘캠퍼스 파전’의 위상이다. 축제를 상징하는 주점(酒店) 문화다. ▶‘홍어 괴담’도 있다. 홍어 무침에 얽힌 얘기다. 파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 안주다. 언뜻 대학 축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있었다. ‘호남향우회’ ‘목포동문회’가 주로 취급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이었다. 이 얘기도 대게 비슷하다. ‘주점에서 홍어 무침을 팔았다. 축제에서 가장 비싼 안주였다. 그런데 홍어는 없었다. 가오리였다. 가오리로 만든 ‘홍탁(홍어 탁주)’이었다.’ 이 괴담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홍어라 속인 가오리였다. 축제라서 용서됐다. ▶‘써클’이라 불리던 시절. 대학축제는 회원들의 대목이었다. 몇 달치 써클 운영비를 벌 수 있었다. 주점 부스를 선정할 때부터 치열했다. 엄정한 선발 절차를 거쳤다. 자리를 지키려는 ‘목’ 경쟁도 치열했다. 며칠 전부터 금줄을 쳐 놓고 지키기도 했다. 요즘의 ‘동아리’ 세대도 같은 모양이다. 30년 후배쯤 되는 아들이 자랑했다. 주점으로 돈을 많이 벌었단다. 그러면서 ‘파전 괴담’을 말했다.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줬다. ▶그랬던 주점이 축제에서 사라졌다. 정부 차원에서 내려진 ‘금주령’이다. 엄격히 보면 ‘영업 금지령’이다. 학생에게 주류 판매 허가가 없다는 이유다. 8년 전 해석된 규정이다. 올 들어 엄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1일 국세청과 교육부가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할 시 조세법 위반’이라는 공문을 보내면서다. 캠퍼스에서 축제 주점이 일시에 사라졌다. 자연스레 술도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사라졌다. 축제 캠퍼스가 텅 비었다. ▶대신 주변 상가들은 신났다. 본보 기자들이 둘러봤다. 수원 성균관대 옆 먹자골목이다. 아직 초저녁인데도 자리를 잡기 어렵다. 상인들도 인정한다. “전년보다 매출이 30% 정도 느는 등 예기치 않게 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다.” 장사가 잘된다니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씁쓸하다. 왠지 학생들에게서 낭만을 빼앗은 대가로 보인다. 취직도 어렵고, 등록금도 비싸고…. 고민에 찌든 대학생들이다. 굳이 영업 허가권을 따졌어야 했을까. ‘파전 괴담’과 ‘홍어 괴담’의 추억이라도 내버려둘 걸 그랬다.

김종구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