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2018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 참석차 부산을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며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은 가격 인상이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차가 있다”며 “특정 연도를 목표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문 대통령의 공약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가 느끼는 수용성(부담 수준)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최저임금을 올해 7천530원(16.4%)으로 인상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되고,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내걸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여파로 최근 3개월 동안 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대에 그치고 청년 고용이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수단으로 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추가로 올려야 한다. 이에 경제팀 수장 입장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등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 경제사령탑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정한 것은 다소 의외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밝힌 것과 다른 견해지만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김 부총리가 공약 불이행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일자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급여 범위 등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김 부총리 말대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노동계 반발이 크겠지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담을 주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된다면 그 피해가 근로자에게도 가기 때문에 반대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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