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 영웅은 군인 중에 나오고, 평시(平時) 영웅은 운동선수 중에 나온다고 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시즌이 진행되는 일상 내내 영웅이다. 프로야구는 그 중에도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다. 1천만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스포츠 전문 채널을 통해 전 경기가 중계된다. 그렇게 시청자에 노출되는 경기가 720경기다. 각팀이 치르는 경기 수는 144개다. 간판급 야수들의 경우 144일을 TV에 노출되는 셈이다. 어떤 정치인, 어떤 연예인보다 공개되는 빈도가 높다.
남성 위주의 팬층은 옛말이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가족 단위 나들이의 주요 행선지가 야구장이다. 그래서 각 구단에게 가정의 달 5월은 특별하다. 어린이날 무료입장 행사, 어버이날 가족 초청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보며 가족들이 환호한다. 어떤 직업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게 프로야구선수인 셈이다. 그런 선수들의 일탈은 그래서 충격이 배가된다. 같은 비행이라도 사회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훨씬 크고 엄하다.
이런 프로야구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넥센의 주전 선수 2명이 여성팬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23일 새벽 인천의 한 호텔에서다. 넥센 선수단이 인천 경기 때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을 두 선수가 성폭행했다는데 여성은 만취해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새벽 5시에 피해 여성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그날도 관중 앞에서 환호를 받으며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이다. 팬들의 충격이 엄청나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이 처음은 아니다. 음주운전, 음주폭행 등도 있었고 성과 관련된 스캔들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3연전을 치르던 선수 2명이, 팬으로 알게 된 여성을, 그것도 선수단 숙소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성폭행한 것이다. 선수들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실체적 진실만으로도 팬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2016년 KT위즈 소속 김모 선수의 스캔들이 있었다. 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성폭행이나 성추행과는 다른 공연음란혐의였다. 법적 처벌은 불구속이었다. 야구계 주변에서 구제해주자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KT구단은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핵심 주력이던 김 선수를 버렸다. 당시 단장이 김 선수를 집까지 찾아가 ‘안타깝지만 팬들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주전 선수를 버리며 팬의 신뢰를 선택했던 유명한 선례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선수들의 처벌은 법이 알아서 할 것이다. 우리가 지켜볼 것은 넥센 구단과 KBO의 모습이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선수 퇴출이 마무리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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