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은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실무회담의 이견으로 회담의 취소까지 언급됐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협상을 시작했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간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번 회담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내듯 완전한 북핵폐기(CVID를 넘어서 PVID)를 합의하는 원샷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 방식을 제안한다. 트럼프 후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보유한 현재 수준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의미하는 ‘햄버거 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2016년 12월 새누리당은 방미 특사단을 꾸렸고, 나는 특사단장 자격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새누리당 방미 특사단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한미 FTA주한미군 주둔비용 등 한미간의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구성됐다.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의 주요인사, 의회 지도자,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과의 소위 ‘햄버거 회담 제안’이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로 가서는 절대 안 되며, 대한민국이 소외된 회담은 더욱더 안 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핵을 반드시 폐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핵 억제능력으로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파하고 다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지만 북핵은 여전히 어려운 난제로 남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매우 고도화되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로 남북, 북미 대화국면을 만들어 냈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화국면에 있어도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국제사회와의 약속 파기를 상기하면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있기 전까지는 어떠한 제재와 압박도 해제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결단이 있어도 북한 내부사정으로 문제가 어렵게 꼬일 수도 있음을 감안하고 북핵 폐기의 절차와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이를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도 북핵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당연히 북핵 폐기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이고 비로소 평화와 협력 그리고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우선적으로 추진이 예상되는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길이 열린다. 그리고 한반도는 ‘유라시아 큰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일, 한중 해저터널을 뚫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경제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세계의 심장이 될 수 있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회담이 북핵 폐기의 분수령이 되어 대한민국이 아시아 태평양의 허브로서 세계의 중심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원유철 국회의원(자유한국당·평택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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