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는 옛말…유통업계 ‘고전’에 금융업계도 ‘시들’

월드컵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업계와 금융업계 모두 ‘월드컵 특수’가 무색하리만큼 매출ㆍ마케팅 부진에 울상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온ㆍ오프라인 쇼핑몰의 월드컵 관련 상품인 TV, 야식, 축구용품 매출이 지난달ㆍ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70%까지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A 업체는 지난 1주일 TV 매출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감소해 울상짓고 있다. 지난 평창올림픽 개막 2주 전 기간과 비교하면 53%나 줄어들었다. 아울러 대표적인 야식거리인 라면(70%)ㆍ만두(31%)ㆍ과자(46%)도 전달 동기 대비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B 업체도 유니폼 및 축구화 등 축구용품 매출액이 지난달 같은 기간과 견줘 43%나 줄어들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 2주 전과 비교하면 무려 66%가량 감소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몰 C 업체도 내심 주류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평년 대비 3% 증가에 그쳐 가슴앓이 중이다. 당초 월드컵이 임박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평가전도 잦아져 판매량이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요식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피자가게 D 업체(수원)는 지난 1일 우리나라 대표팀과 보스니아 간의 평가전 당시 하루 주문량이 53건으로 평소(35~50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평가전 일시가 금요일 오후 8시였던 점을 생각하면 주문량이 폭증할 법도 했지만 월드컵 특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연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평창올림픽과 달리 이번 월드컵은 외국에서 열리는데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대회가 개막하는 2주 후에도 매출 증진이 두드러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도 과거와 달리 월드컵을 연계한 상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4월 KEB하나은행에서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달라지는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8’ 상품을 출시한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상품 출시가 없다.

 

앰부시 마케팅 금지ㆍ대북 상황ㆍ지방선거 등이 맞물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나 단체들이 대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편법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서로 앰부시 마케팅을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표팀 성적이 부진한데다 대북 상황과 지방선거 등 다른 이슈가 많아 월드컵 마케팅을 무리해서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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