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위험한 장난… 신종 학교폭력 ‘사이버불링’ 극성

‘질문자만 익명’ 문답형식 어플 뜨자 특정 학생에 모욕·성희롱 등 일삼아
피해자 호소에도 증거 수집 어려워 경찰 “내용 캡처해 피해사실 알려야”

“너 ‘메갈’이라 전학갔다던데 사실이야?”, “페미니스트 글 올리는 거 X팔리지 않아?”, “운동장에서 넘어졌을 때 속옷 보인 거 알아?”

10대 청소년들이 익명 SNS 어플 뒤에 숨어 사이버불링을 자행하는 탓에 일선 학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온라인 괴롭힘(인터넷 왕따)’을 뜻하는 사이버불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900건 신고됐던 사이버불링은 매해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천122건까지 올랐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해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 비율이 언어폭력(35.6%), 집단따돌림(16.5%), 사이버불링(11.5%) 순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동안 온라인 상 폭력은 특정 학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떼카’, 피해자를 끊임 없이 대화창으로 불러내는 ‘카톡 감옥’ 등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청소년들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로 이용하면서 잠잠한 듯 싶었다. 그러나 익명 어플 ‘에스크 에프엠(ask fm)’이 뜨면서 10대의 ‘위험한 취미’로 자리잡는 실정이다.

 

이 어플은 사용자끼리 질문을 주고받는 문답 형식의 SNS로 질문자의 신상정보는 감춰지지만 답변자의 신상은 공개된다는 특징이 있다. 청소년들은 대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계해 에스크를 이용한다. 이에 괴롭히고 싶은 상대의 에스크를 찾아 질문을 빙자해 모욕이나 성희롱 등을 일삼는 것이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17)은 “처음에는 연예인이나 재벌 등 유명인의 자녀가 에스크에 답변남기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가졌는데 점점 왕따 수단이 되가는 것 같다”며 “흔히 ‘좌표 찍는다’고 하는 것처럼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에스크 링크가 찍히면 우르르 몰려가 익명으로 질문을 퍼붓는다. 그 질문은 순수한 궁금증만 있는 게 아니라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을 호소해도 ‘익명글’이다보니 증거 수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도내 한 중학교 학생 4명이 에스크 에프엠을 통해 여중생 1명을 괴롭힌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학교는 가해 사실을 인정한 학생 3명에게만 출석정지 처분을 내리고, 끝까지 부인한 1명은 처벌하지 못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Wee센터를 통한 위기 학생 상담, 교내 전문상담교사 증원,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 설치 등 학교폭력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이버불링 해결책은 미흡해 아직은 경찰의 힘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해내용을 캡쳐 등으로 수집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후 경찰이나 Wee센터 등에 상담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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