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까지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제안했다

플라스틱 캔 포장재에 낀 민물 거북이 발견됐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기형이었다. 작은 해마가 쓰레기 속 면봉을 잡고 놀고 있다. 사진작가가 우연히 촬영한 장면이다. 해변가에서 발견된 돌고래가 며칠 만에 죽었다. 뱃속에서 80장의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북미,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노출된 해양 생태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는 이미 플라스틱과의 전쟁 중이다. EU는 면봉이나 빨대, 풍선 막대, 일회용 식기 등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사용금지를 추진한다. 2021년까지 입법화하기로 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는 식당ㆍ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거나 준비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도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우리야말로 심각하다.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제치고 1위다. 이러다 보니 매년 480만~1천27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간다. 인천바다와 경기 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세계 2위로 조사됐다. 그 플라스틱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뻔하다. 굴ㆍ새우 등 어패류와 천연 소금에 섞여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 미세먼지 유해성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버리지 않아야 하고,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정책을 찾기 어렵다. EU, 캐나다, 미국 등에서와 같은 사용금지 법제화는 없다. 사용하지 말자는 대국민 캠페인도 미약하다. 환경부나 환경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으니 그저 그때 뿐이다. 플라스틱 사용량 1위, 플라스틱 해양 오염 2위의 플라스틱 왕국의 우려스런 현실이다.

이런 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SNS을 통해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제안했다. “지구환경보호라 하면 북극곰 살리기 같이 전 지구적인 일이 떠오르지만 결국 우리의 생활습관에 달렸다”며 “플라스틱의 편리함 뒤에 폐기물이 됐을 때는 우리 후손과 환경에 긴 고통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책상 위를 둘러보니 플라스틱이 참 많아 다 치우면 업무를 볼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부분에서는 피부로 와닿는 절박함도 느낀다.

대통령이 좀스럽게 이런 제안까지 하느냐며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민족의 미래까지 걱정하고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눈에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래의 재앙으로 비쳐진 것이다. 관련 부처가 뜻을 받아야 한다.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본받을 선례는 이미 세계 각국에 있다. 우리 형편에 맞는 방안을 찾아와 우리의 법으로 만들면 된다. 대통령의 소박한 제안이 큰 변화로 이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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