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짙은 녹색 띠·폐사한 어류 떠다녀 악취 진동
국비 90억들인 기술, 월 3천만원 가동예산 없어 방치
市 “수질정화시설로 관리 총력… 다른 방법 모색 중”
11일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위치한 서호 인근 방뚝에 짙은 녹조 띠와 폐사한 어류가 둥둥 떠다녔다. 매년 서호에서 기승을 부리는 ‘녹조 현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녹조가 발생하자 서호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서호공원에서 만난 A씨는 “호수가 녹색으로 변하고 있어 역한 느낌이 든다”며 “물가에서 비릿한 냄새도 많이 나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녹조 현상을 방지하고자 수원시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2013년 ‘녹조방제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국비 90억 원을 투입해 녹조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녹조 제거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협약 기간은 3년(2013~2016년)으로 시는 서호, 서호하수처리장 등 기술 개발을 위한 장소를 제공했고 KIST는 핵심 연구인력을 투입해 기술 개발과 기술이 적용된 장치 연구에 성공했다.
연구결과를 반영해 시와 KIST는 녹조가 물 위로 떠오르는 특성을 이용, 기포를 사용해 녹조만 물 위에 띄워 분리하고 깨끗한 물은 다시 돌려보내는 ‘저에너지부상분리장치’를 서호에 설치해 가동했다. 해당 장치의 가동은 연구기간 동안 진행돼 서호의 녹조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연구기간이 종료되면서 해당 장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 달에 약 3천만 원에 달하는 가동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KIST는 ‘서호저수지수질정화사업’을 마련해 장치 가동 예산을 확보, 서호의 녹조를 방지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현재 저에너지부상분리장치는 서호 인근의 현장 연구동에 방치돼 있다. 90억 원을 들여 이뤄낸 연구성과를 가동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3년째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녹조가 포유류나 조류에게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녹조 방지를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면 물을 흐르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서호에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해 관리하는 등 녹조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녹조 방지를 위한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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