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인근 집창촌 옆 ‘다방촌’ 성업중…성매매 이어 다방에서 도박판까지

수원역 인근 집창촌 골목 사이사이 20여 곳의 ‘다방’이 있다. 좁은 계단을 밟고 지하로 내려가면 인기척을 알리는 ‘띵동’ 소리가 울린다. 슬쩍 다방 문을 열자 노란빛 조명과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20대 여자 손님을 맞는 50대 여사장의 첫 마디는 “누구세요”다. “다방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어 궁금해서 와 본 손님”이라고 답하자 썩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주문한 커피를 가져다줬다.

 

다방 구석에는 작은 방들이 2~3개 있다. 나무 문이 설치된 방은 닫혀 있었고, 알록달록 비즈 문발이 달린 방은 열려 있었다. 대낮이라 그런지 다른 손님은 없는 듯했다. 음악조차 없는 적적한 곳에 멀뚱멀뚱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자 여사장이 다가와 “어떻게 왔냐”고 채근했다. 똑같은 커피가 지겹고 조용한 장소가 필요해 왔다고 하니 도통 믿지 않았다. 이후 몇 마디 말을 섞자 하소연이 술술 나왔다. 여사장은 “외로운 남자들이나 찾는 곳에 이렇게 오면 위험하다”면서 “외국인(조선족)이 많으니 일찍 들어가라”고 말했다.

 

13일 수원 집창촌 뒤편 매산·고등동 일대 다방은 최소 20곳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유사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소위 ‘티켓 다방’이라 불리는 곳들이다. 다방은 대개 입구에 알림 벨을 설치하고 소리가 울리면 내부에서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CCTV를 달아놓고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손님 상태’를 보는 곳도 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선 것 같으면 ‘건전 업소’인 척하는 셈이다.

 

한적하던 다방촌에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다방을 찾는 중년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텅 비어있던 다방 안 방에는 4~5명씩 둘러앉아 마작과 화투를 즐기며 시끌벅적 맥주, 양주를 들이켠다. 동네 사람들끼리 친목 차원에서 가볍게 즐긴다는 이 ‘놀이’의 판돈은 ‘점 1천 원’이다. 테이블에 지폐가 가득 쌓여 담배로 눌러놓고 있던 한 남성은 “여기 사냐” 묻더니 “칠 줄 알면 같이 치자”고 권유했다.

 

이처럼 다방이 도박판으로 변모하는 실정이지만 경찰은 미온적 입장을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다방 내에서 유사성매매나 도박을 한다는 제보 또는 첩보가 들어오면 단속에 나서며 최근에도 도박 1건을 적발한 바 있다”며 “다만 정기적이나 주기적인 단속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노인정, 경로당 등에서 어르신들이 소액을 걸고 취미삼아 즐기는 경우도 도박에 해당하지만 훈방 조치되기도 하는 만큼, 다방 내 도박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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