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차별없이 투표할 수 있었으면”

중증장애인에 “참관인과 함께 하라” 언쟁 끝에 활동보조인만 동행해 투표
“비밀투표 원칙 침해 선거법 개정 필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데, 저는 이번에도 또 차별을 받았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정명호씨(29·뇌병변장애 1급)는 13일 오전 자신의 활동보조인 1명과 함께 집 근처 투표소를 찾았다가 선거관리인의 제지를 받았다. 정씨와 활동보조인은 졸지에 투표소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했고, 한참 지침서를 살펴보던 관리원으로부터 “참관인이 2명 이상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정씨는 비밀투표가 보장된 선거에서 일면식도 없는 참관인이 자신의 투표권 행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참을 다툰 뒤에야 참관인들의 동의를 받아 활동보조인만 동행한 상태로 투표할 수 있었다. 정씨가 국민에게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40여 분이다. 일반적으로 5분이면 족하지만 8배가 더 소요된 셈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장애로 직접 기표가 불가능하면 가족은 1명, 가족외 2인 동반하에 투표할 수 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가족외 2명을 참여토록 하는 것은 장애인이 자의로 투표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비밀투표 원칙을 침해하는 것인 만큼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몸을 부축하고 도와주는 것일 뿐 기표는 활동보조인이 하는 경우가 많아 (비밀투표 침해)우려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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