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관이라 해야 하나 이전투구라 해야 하나. 역사상 최악의 선거 참패를 기록한 한국당의 어제오늘 모습이다. 겉으로는 당 혁신을 위해 중앙당 해체를 비롯한 극약 처방을 내놓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고질적 계파 싸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은 제안 하루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일부 초선위원들의 반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내부에서 꿈틀대다가 떠오른 계파 갈등이다. 김 대행이 비박계 중심인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모임에 참석한 것이 화근이 됐다. 김 대행의 혁신안이 복당파와의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친박계 사이에 번지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라며 김 대행을 비난했다.
앞서 오전에는 한 초선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가 논란을 일으켰다. 복당파인 이 의원의 휴대폰에는 ‘친박 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있었다. 역시 계파 갈등을 부추겼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 메모가 복당파의 친박계 정리를 위한 시나리오의 증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연스레 김 대행의 혁신안은 정당내 특정 계파간 갈등만 키운 화근이 되어 버렸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조짐은 선거 직후부터 목격됐다. 비박계로 불리는 경기 지역 인사는 SNS를 통해 참패에 따른 당 개혁을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4선 이상, 60세 이상의 불출마 선언을 주장했다. 또 탄핵에 책임 있는 친박계 인사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혁신의 핵심 방향으로 굳어갔다. 4선 이상, 60세 이상이라는 기준이 왜 지금 나오나. 선거 참패가 그것 때문이었나. 민심과 동떨어진 소리다. 친박계 사퇴 주장은 또 무슨 도움이 되나. 계파간 갈등을 불러 혁신의 방해만 될 게 뻔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들이 혁신의 화두라도 되는양 떠들었고 결국 친박계의 고질적 방어 태세를 부른 것이다.
한때 국가를 경영했던 여당이었고, 지금도 당내 최대 의석수를 가진 야당의 모습이 이리도 속 보이고 이기적일까 싶다. 내가 3선이면 4선부터 나가라 하고, 내가 50대면 60대부터 불출마하라 하고, 내가 비박계면 친박계에게 사퇴하라고 한다. ‘개혁은 하되 내가 유리한 쪽으로 하자’라는 식이다.
며칠 지켜본 여론이 고개를 젓고 있다. 절망적이라 말하고 기대할게 없다 말하고 있다. 지금 보이는 한국당의 싸움을 보면 한국당을 통한 보수의 부활은 30년쯤 걸릴 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의 세력들이 모두 물리적 수명을 다하는 순간을 말하는 듯 하다. 안타깝지만 참담한 선거 결과보다 더 참혹한 여론의 비판이 한국당을 기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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