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수사권 독립으로의 의미 있는 접근 / 수사비리·인권침해 예방할 제도 내놔야

일반 수사의 1차 수사∙종결권 행사
‘힘’이 부를 수사비리∙인권침해 우려
추상같은 제도로 국민 신뢰 얻어야

경찰에 힘이 실렸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그렇다. 가장 핵심은 1차 수사ㆍ종결권 변화다. 현재 검찰이 갖고 있던 이 권한을 경찰이 행사하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검찰 지휘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렇게 경찰이 종결한 사건의 공소유지만을 담당하게 된다. 검찰이 직접 할 수 있는 수사는 특수수사로 한정됐다. 선거범죄, 경찰비리, 부패범죄, 경제ㆍ금융범죄 등이다.

검찰과 경찰은 서로 양에 차지 않다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경찰의 권한이 커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나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낄 권한은 더하다. 검찰이 할 특수수사는 전체 사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95%의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수사의 공정성과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조정안 발표에서 이 점을 밝혔다.

‘비(非) 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와 인사제도를 만들 것’을 경찰에 지시했다. 수사에 관여될 비리에 대한 예방 대책 강조다. ‘경찰 한 명 모르는 국민은 없다’는 시쳇말이 있다. 그만큼 경찰은 많고 대민 접촉도 잦다. 저마다 이런 인연을 들이댄다고 가정해보자. 그 수사가 어떻게 되겠는가. 인맥과 인맥이 겨루는 난장판이 되지 않겠나. 그 피해는 힘없고 돈 없는 국민 몫이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 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할 것’도 정부가 전달한 지시다. 강압ㆍ가혹 등의 인권 탄압은 새삼 얘기할 대상도 아니다. 현실적이고 포괄적으로 살펴야 할 인권 문제는 수사권 남발이다. 지난해 경찰이 검찰 지휘를 거쳐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은 17.8%였다. 이제 검찰 지휘가 없어졌다. 법률 검토의 한 단계가 생략되는 것이다. 기각률은 당연히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기각률은 곧 인권침해 비율이다.

정부가 이런 제도적 보완을 동시에 발표하면 좋았을 뻔했다. 하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수사권 조정안부터 덜컥 발표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은 경찰에 맡겼다. 유감스런 일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보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찰 개인의 인격에 맡길 일이 아니다. 2천명의 검사 중에도 별의별 해괴한 비리 검사가 있었다. 10만명의 경찰조직에서 무슨 비리가 생길지 어떻게 알겠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비위 수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에는 70년만에 온 수사권 독립의 기회다. 그 완성이 지금부터 마련될 제도에 달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